1.

에이스 호텔은 포틀랜드에만 있는 건 아니다. 뉴욕,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나마에도 에이스 호텔이 있다. 홈페이지의 ‘About' 메뉴에는 포틀랜드 호텔의 로비 사진이 제공된다. 호텔 측의 소개에 따르면, 에이스 호텔은 Classic Building을 재창조하여 Bohemia, Affinity(친밀감), Handmade culture를 추구한다.

 

어느 책자에서는 에이스 호텔을 두고 포틀랜드의 상징이라 표현했지만, 성급한 판단이다. 에이스 호텔과는 다른 가치들(그 역시 멋진 가치들)을 추구하는 호텔이 서운할 테니까. 에이스 호텔은 20~30대 젊은 영혼에게 어울리는 호텔이다. 반면, 히스먼 호텔(Heathman Hotel)은 에이스 호텔과는 다른 점잖은 분위기로 신사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히스맨 호텔의 작은 라이브러리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Booklovers)에게 매혹의 공간이고.

 

샤워는 공용이고 객실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에이스 호텔 하루 숙박료로 154달러(세금 포함)를 지불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결코 아니다. 포틀랜드가 다양한 모습의 도시라면, 에이스호텔이 히스먼호텔이 단 하나의 상징이 되기는 어렵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ACE를 꼽겠다. 품격은 어느 도시에나 있지만, 에이스 호텔과 같은 분위기는 흔치 않다.

 

 

에이스 호텔은 공간마다 독특함이 가득했고,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인상 깊었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는 유럽의 전통적 분위기를 떠올렸다. 파웰북스까지 도보 1분이고, 파이어니어 코트하우스 스퀘어도 5분이면 된다. 훌륭한 위치와 포틀랜드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추천하는 숙소다. 우리나라로 치면, 감각적인 디자인과 세련된 컨셉으로 뜨고 있는 ‘호텔 더 디자이너스’ 같다고 할까.

 

 

2.

포틀랜드 여행 컨셉 중 하나는 ‘날마다 다른 호텔에서 숙박하기’다. ‘일점호화주의 여행자’자로서 나의 ‘One Point’가 호텔 숙박료다. 나는 호텔에 돈을 엄청 쓴다. 포틀랜드 여행 가방이 그리 무겁지 않은 보스톤 백으로 결정되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매일 다른 호텔에 묵어야지’였다. 어젯밤 새벽 한 시까지 화, 수, 목, 금을 어느 호텔에서 묵을지 고민하고 예약했다. 나는 매일 체크아웃, 체크인을 하는 여행자가 됐다.

 

에이스 호텔에 이어, 오늘 묵을 호텔은 LLOYD District에 있는 Quality Inn이다. (고등학교 때, Inn을 여인숙이라고 외웠다. 지금도 네이버 사전에는 ‘(주로 시골 지역에 있는) 주막, 여관’이라고 Inn을 소개했다. ‘술집, 호텔, 식당 이름에 쓰임’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외울 때에는 주막, 여관에 집중하게 된다. Inn의 실상은 주막이나 여관과는 달랐다. 작은 로비가 있고, 자체 레스토랑도 갖췄다. 아래는 이번 미국 여행에서 묵었던 Inn의 로비 사진이다.)

 

Best Western INN Lobby

 

Quality INN Standard Room

 

Park Lane INN Lobby

 

3.

에이스 호텔을 떠나기 전, 자전거를 빌려 탔다. 투숙객에겐 시간 상관없이 무료로 빌려준다. 『트루 포틀랜드』 곳곳에서 미국에서 자전거 타기에 가장 좋은 도시가 포틀랜드임을 알리기도 했고, 다운타운 일대와 윌러밋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달리면 낯선 도시에 좀 더 빨리 익숙해지리라는 생각이었다. 자전거를 타자마자,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가 어떠한 것인지를 단박에 알았다. 어디에나 자전거 도로가 있었고, 이정표는 어디가 자전거 도로인지를 알려주었다.

 

 

포틀랜드에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전거가 자동차와 같은 신호 체계를 따른다는 사실이다. 자전거는 우리나라에서 보행자에 가까운 이동수단이다. 교차로에서 자동차와 함께 직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낯선 풍광이다. 포틀랜드에는 차로에 자전거 전용 도로가 제대로 표시되어 있다. 교차로에서는 자동차와 나란히 신호를 기다린다. 내겐 재밌는 모습이었다. 자전거 투어는 80분 동안 이어졌고, 포틀랜드의 여러 풍광을 보여 주었다.

 

 

 

 

4.

열두 시 오분 전에 체크아웃했다. 대부분의 미국 호텔은 11시가 체크아웃 시간이지만, 젊은 감각이어서인지 에이스 호텔은 열두 시 체크아웃이었다. 나는 오전 시간을 자전거 투어로 십분 활용한 셈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도 에이스 호텔에 머물렀다. 로비와 연결된 스텀프타운 카페에서 주문한 카푸치노와 빵을 먹으면서 한 시간 동안 여유를 즐겼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가 아닌 ‘카푸치노’를 주문한 것은 마이클 앤더슨이라는 어느 포틀랜더의 말 때문이었다.

 

 

“나는 낯선 도시에 가기 전 확실히 배전해서 정중히 커피를 내오는 카페를 사전에 조사한다. 스텀프타운 커피는 배전과 내오는 방법 모두 성공한 가게 중 하나다. 포틀랜드에 왔다면 이곳에 꼭 가야 한다. 카푸치노를 부탁하면 왜 이렇게까지 스텀프타운 커피가 주목 받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커피를 잘 모른다. 그저 익숙해졌을 뿐이다. 진한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를 즐겨 먹는다. 아침에는 커피가 그립지만, 스텀프타운의 카푸치노에는 별다른 감흥을 못 느꼈다. 스텀프타운이어서가 아니라, 커피여서 좋았다.

 

 

실은 에이스 호텔의 분위기에 한껏 취하기 위해 호텔 조식을 먹으려 했지만, 좁은 식당과 어두침침한 조명을 보고서 얼른 나왔다. 상쾌하고 명랑한 기분으로 아침식사를 먹고 싶었던 내게, 체크아웃 이후 로비에서 보낸 시간은 참 즐거웠다. 사진도 찍고, 포틀랜드 대표 커피도 맛보고, 여행 동선도 생각했다. 같은 공간(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포틀랜더들을 슬쩍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에이스 호텔에서 묵어 보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로비에서 스텀프타운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를 즐겨 보라”는 책의 권유는 적절했다.

 

 

5.

에이스 호텔 맞은편에는 Union Way이라는 작은 쇼핑몰이 있다. 나이트클럽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2013년에 오픈했다. 10개 남짓의 가게가 있는데, 나는 그 중 Steven Alan과 Will에 오래 머물렀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1시간 30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Alan에서는 검은색 토트백 하나를 샀다. 비 오는 날에는 가죽 가방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진작에 사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던 터라 반가웠다. 사실 더 비싼 보스턴 백(아래 사진)이 탐났지만, 지금의 내게는 토트백 정도의 사이즈가 필요했다.

 

 

 

 

 

Alan에는 의류, 소이캔들, 시계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시놀라(shinola) 시계 중에 예쁘다 싶은 게 있어 손목에 둘러보았지만, 800달러의 거금이라 내려 놓았다. 가죽 가방과 액세서리를 파는 Will은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와 제품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는 가방이 있었지만 대개 250달러 이상의 고가라 작은 기념품을 하나 사는 것으로 만족했다. 뉴욕과 LA에도 지점이 있다고 하니, 다시 들르게 되면 Will 가방을 하나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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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