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16-06-26), 와우스토리랩 10기 '와우광땡'의 마지막 수업날! 특별한 날의 요모조모 스케치.


1.

임산부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들 제 시각에 왔다. 아니, 10분 전에 도착했다. 예약한 음식점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감안한 도착이었다. 10명에 가까운 이들이 모두 약속 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마음을 두고, 애를 써야 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노력일 뿐만 아니라, 우리를 향한 정성이요 태도였다. 나는 수업을 하는 내내 시간 약속을 잘 지켜준 사실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 진정 고마웠다.


2.

막걸리즘! 미리 생각해 둔 저녁모임의 술집 이름이다. "막걸리보다는 와인이 낫지 않을까요?" 그저께 광땡 한 명의 발언에 옵션 하나를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조용하고, 오붓하여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술집을 찾기 위함이었다. 막걸리즘을 대체할 옵션 하나를 추가하여 다수의 의견을 물어 선택하고 싶었다. 나는 와우들의 의견과 바람을 취합하지 않으면 결정하지 못하는 리더임을 새삼 느꼈다.


3.

장소예약팀이 점심과 공부 장소를 예약했는데 공교롭게도 소소한 어긋남이 일어났다. 식당에서는 제 시각에 도착한 우리를 센스 있게 안내하지 못했다. 넓은 예약테이블에 한 사람이 앉아 식사하는 바람에 우리는 5분 남짓 대기석에 앉아 있어야 했다. 예약자를 잘 접대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한 명이 분을 냈다. 감정의 움직임이 빨라 종종 흥분하나 오래가지 못하고 이내 평정심을 되찾는 그녀를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녀도 자신의 짧은 분노에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일부분의 모습이 아닌) 전체로, (자신이 바라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공동체였다. 공부 장소는 안내자 실수로 우리를 다음 주 토요일로 예약해 버렸다. 별다른 마찰음 없이 우리는 새로운 장소로 예약하여 이동했다. 마침 예약은 쉽게 되었다. 중요한 행운이었다.


4.

"이런 건물 하나 갖고 있으면 참 좋겠다. 돈 걱정도 안 하고, 와우 수업도 할 수 있고." 평수는 작았지만 10층 가까이 올라간 신축 건물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간절히 바랐던 것도 아니지만, 마음에 전혀 없는 말도 아니었다. "한 30억은 하겠지?" 실수로 내뱉은 말이었다. "아유, 더 하죠. 30억이면 빚을 내서라도 저희가 사겠어요." 그제야 머리가 회전한다. 얼마전, 태종이랑 연남동 골목길을 걷다가 집 매매를 알아보는 부부와 부동산 중개업자 곁을 지나가다가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2, 3층 다가구 주택이 16억, 18억이었는데, 홍대입구역 초역세권 신축 빌딩이 30억에 불과할리가 없다. 오늘 하루 내 입에서는 헛말이 유난히 자주 튀어 나왔다. "몽유병의 환자들로 가자." 뒷풀이 장소를 선택할 때 내가 한 말이다. 광땡이들이 웃는다. 그 곳의 진짜 이름은 "몽유병의 여인들"이었다. 나도 웃었다.


5.

웃음 속에는 허전함과 아쉬움이 베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때때로 하나의 행동에도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베어 있기에.) 그러한 감정들이 잦았던 헛말의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수업이라는 허전함, 늘 자리를 지켰던 이의 결석이 주는 아쉬움. (결석할 수 밖에 없는 사정임을 이미 통화로 소통했었다. 그래서 부재는 이해하지만, 그 사정이란 게 아쉽긴 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모두들 마지막 수업이라는 사실을 인식했겠지만, 실감을 하지는 못했으리라. 나 역시 그랬다. 뒷풀이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물이 찔끔 흘린 분들이 계시지만, 즐거운 분위기가 내내 우리의 오늘을 맴돌았다.


6.

수업을 시작하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와우광땡 마지막 수업일입니다. End는 또 하나의 And입니다. 수업으로서는 끝이지만, 또 다른 배움의 모습들로 우리의 교류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하지만 '또 만날 건데' 라는 마음 때문에 '마지막'이 주는 의미와 가치들을 놓치거나 오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아쉬운 일입니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상실감에 잠겨 새로운 시작을 못한다면 이것 역시 우리의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 진실은 양쪽에 걸쳐 있습니다. 이상적인 사람들은 현실을 놓치곤 하는데, 진실은 이상과 현실에 모두 존재합니다. 마찬가지로 진실은 끝맺음에도 있고, 새로운 시작에도 있습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오늘 수업을 즐겨 봅시다." 우리가 함께 보낸 날들의 의미와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관계를 향한 전진에 필요한 힘도 발휘하자, 이것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