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씨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읽는다.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 선물 받은 책, 강연에서 추천 받은 책 그리고 업무에 필요한 책과 북카페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들이 그의 손에 번갈아 오르내린다. 그의 관심사는 폭넓다. 주변의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한다. 세상과 더불어 산다는 점에서 이것은 커다란 강점이다. 한 가지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으면 싫증나는 기질적 특성대로 많은 것들을 조금씩 알려고 한다는 점은 아쉽다. 대화 역시 여러 주제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나, 깊이 있게 다루는 주제는 거의 없다.



#. C씨는 한 분야의 책을 심도 있게 읽는다. 분야를 정하면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그도 책 선물을 받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북 카페에 가지만, 독서모임에서 다루는 책들은 그의 관심 분야 책을 다루고 북 카페에 가도 서가에서 책을 빼오지 않고 자신의 가방에서 읽던 책을 꺼낸다. 선물받은 책이 자신의 독서 목표와 연결되지 않으면 훗날을 기약하며 책꽂이에 꽂아둔다. 그는 자신의 관심사를 향해 '우직하게' 나아간다. 자신의 관심사로 진행되는 대화에는 깊이 있게 참여하지만, 다른 주제에서는 말수가 적어진다.



누가 올바르게 책을 읽는가? 이에 답변하기가 힘들어야 한다. 질문이 틀렸으니까. 두 사람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책을 읽어가는 중이다. B에게 한 분야의 책을 수년 동안 읽도록 강요한다면 그의 강점과 생기는 시들고 만다. C에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가볍게 읽기만을 강요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는 주제가 너무 자주 바뀌면 정신없고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B는 '기민하게' 읽어야 하는 사람이다. 주변상황에 재빨리 적응하고 대처하면서 말이다. C는 어리석게 비쳐질 정도로 상황에는 관심 끄고 '우직하게' 읽어야 하는 사람이다.


B와 C에게 생기는 필연적인 한계는 어떡해야 할까? 다시 말해, 더욱 발전적인 독서를 할 수는 없을까?


B는 전문성을 쌓기가 쉽지 않다. 피상성이 그의 약점이다. C는 폐쇄적이고 외부 세계에 무관심하다. 자기 세계로 함몰되기 쉽고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 관심이 여기에까지 이른다면, 태어난 대로 살아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좀 더 노력하고 싶은 사람이리라. 만약 B가 우직하게 읽는다면, 이를테면 폭넓은 관심사 중 한 두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 올린다면, 자신의 유전자가 주지 못하는 결실까지 맺을 수 있다. C가 자신의 전문성에 다양한 지식을 더한다면, 타인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전문 지식을 심화시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다. 


결론은 간단하다. 지금보다 균형 잡힌 독서를 위해서는 독서 카테고리를 두 개로 삼으면 된다. 우직하게 읽을 책과 기민하게 읽을 책! 독서의 효과를 드높이기 위해서는 두 개의 바구니가 필요한 셈이다.



우직한 바구니에는 전문성을 위한 책들을 담자. 이 바구니의 책들은 몇 권을 읽느냐가 중요치 않다. 오랫동안 얼마의 시간을 투자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읽어요?" 얼마 전에 받은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제겐 권수는 중요치 않아요. 방향과 독서량이 중요할 뿐예요." 요즘에는 틈나는 대로 그리스 고전들을 읽고 있다. 올해는 줄곧 그럴 작정이다. "평생 여러 가지 책을 읽는 것도, 여러 사상가를 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자기만의 문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데거의 말이다.


기민한 바구니에는 시대의 화두나 생애주기에 따른 양서를 담자. 전문성만으로는 좋은 삶을 창조하기는 쉽지 않다. 인생은 우리에게 복합적 능력을 요구하니까.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문화교양지나 시사주간지와 같은 잡지를 추천한다. <인물과 사상>, <시사IN>, <녹색평론>은 교양인들에게 유용한 정기간행물이다. 직장 초년생이라면 직장 생활에 대한 책을, 아이와의 대화가 힘들다면 커뮤니케이션 책을 읽는 것은 어떤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추천하는 책들(클릭)도 참고하자. 소중한 이가 선물한 책을 읽는 것도 좋다. 그와의 친밀함을 높여가는 데에 도움 될 테니까. (연지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