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가 내 글 몇 편을 보더니, 내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말하기를 더 좋아하는 그녀였기에 나는 조금 놀랐다. 다음 주 만남을 기약했다가 나는 급히 제안했다. "오늘도 가능하면 일 끝나고 오늘 볼래?" 나에게도 조금 놀랐다. 생각하고서 얼른 실행으로 옮겼던 것! (당장 실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괜찮았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술을 못하는 그녀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 채 못 되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친구는 아이들과 잠깐 영상통화를 했다. 초반에는 그녀가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아, 오늘은 니 얘길 들으러 왔는데..." "괜찮아, 서로 주고 받는 거지 뭐" 라는 대화가 두어 번 오고 갔다. 20분 즈음 지났으려나? 나는 혼자 와인잔을 비우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잘 들어준 덕분에 스무 살 이후의 삶을 거칠게 스케치했다. 엄마와의 사별이 준 영향, 대학 생활과 그때 만난 형 이야기, 상경 직후의 날들과 군대 생활, 회사를 그만 두었던 이유, 출간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없어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간략하게 얼버무렸다. 친구와의 사별 이야기는 최근 일이라 길게 했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서 그녀가 물었다.


"엄마가 너를 보시면 뭐라고 하실 것 같아?"


"엄마? 뭐, 별로 안 좋아하시겠지? 나를 전부 다 아실 거 아냐? 내가 나쁜 짓 하는 거 말야. 내 마음도 다 아실 테고." 가끔씩 생각하는 질문이라 답변이 쉽게 나왔다. 내 머릿속에는 혼자 있을 때의 못난 모습들과 연인에게 행복을 안기지 못했던 날들이 떠오르곤 했다. 늘 엄마에게 부끄러웠던 감정을 느끼던 찰나, 친구가 다시 물었다.


"아니, 그냥 엄마가 옆에 계시면 말야."


"아, 하늘에서 나를 다 보시는 게 아니라, 진짜로 계시면? 전지적 시점이 아닌 거네?" 친구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이내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그럼 고맙다고 하시겠지. 열심히 살아서 대견하다고 말이야." 친구는 나의 관점을 바꿔 주었다. 하늘에서 실망스러워하시는 엄마를 떠올리며 '죄송스러운 마음'이 아닌 '포근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왜 엄마를 전지전능하게 생각했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가 말한 '옆에 계신 엄마'라는 관점은 나를 얼마간 자유롭게 했다. 엄마가 정말 옆에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기도 했다. 그러면 "엄마, 저 25년 동안 이렇게 살았어요" 라고 말씀드리고도 싶어졌다. 내가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옛 연인과 외할머니는 서운하셨다. 이와는 달리, 나는 엄마 앞에서는 쫑알쫑알대는 아들이 될까?


나는 실험해 보기로 했다. <엄마에게 이야기하다>라는 글을 연재함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 My Story > 아름다운 명랑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을 맑게 사유한 날들  (2) 2017.01.09
배고프다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0) 2017.01.05
엄마에게 이야기하다  (0) 2016.12.02
대화가 너무 없는 것 같아요  (2) 2016.11.28
음악이 위로다  (2) 2016.11.25
깨달음이 위로다  (6) 2016.11.24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