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 30일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지갑 안에 든 현금도 아깝지만, 소품 하나도 대충 사는 편이 아니라 지갑 자체도 아쉬웠다. 절판된 제품이라 아쉬움이 더했다. 몇 달에 걸쳐 생각날 때마다 검색해도 다시 판매되지는 않았다. 결국 같은 디자인의 다른 색상을 구입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마음에 쏙 들진 않았다. 그렇다보니 조금 함부로 다루게 되었다. 부드러운 가죽 지갑이라 어느 새 생활 흠집이 많이 생겼다.


최근, 두 사람이 내 지갑을 보고 색상과 디자인을 칭찬했다. 믿어지지 않아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거듭 그렇다는 반응을 접하고 나니 지갑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가방에 아무렇게나 던져 넣고 다녔는데, 가방 속 포켓에 지갑만 따로 넣었다. 지갑 표면의 흠집을 엄지로 문질러보기도 했다. 점점 이 지갑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자기기만이라 해도 의미 있는 착각이다. 대니얼 길버트와 같은 심리학자들은 긍정적 착각이 행복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내 지갑이 어떠냐고 사람들에게 널리 물어보지 못했다. 잃어버린 지갑에 대한 아쉬움이 지금의 지갑을 마주한 내 인상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실제 가치와는 무관하게 지갑을 향한 나의 선호도와 생각이 오락가락한 셈이다. 인간은 걸핏하면 착각하는 존재다. 자신이 더 잘 생겼다고 생각하고, 인생에 대한 통제력을 과대평가한다. 내 판단보다 괜찮은 지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K가 떠올랐다.


K는 자기 인생을 싫어한다. 스펙, 대인관계, 부모님 어느 하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그의 말의 떠오른다. “마음에 드는 게 없다 보니 대충 살아가게 돼요.” 지금 노트북 옆에는 지갑이 놓여 있다. K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생겼다. “종종 우리의 판단이 틀릴지도 모르니 사람들에게 물어 봐야 해. 나의 인생이 어떠한지 그리고 삶이든 젊음이든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야. 이런 질문을 하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내 말이라도 곱씹어 생각해 줘.”


잠시 깊은 심호흡을 했다. 근사한 말이 세상을 떠돌아다녀서, K에게 건넬 말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듯이 아주 깊은 호흡이었다. 그는 나보다 젊다. 나도 젊지만, 그와 나는 열두 살 차이다. 나는 그의 나이가 부럽지만, 나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함을 인식하면서, 조심스레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네 젊음은 여전히 귀하고 멋져. 세상에 젊음보다 아름다운 게 또 있을까. 나는 젊음이야말로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혹시 믿어지지 않는다면 영화 <인 타임>을 보거나 밥 딜런의 노래 <Like a Rolling Stone>를 들으면서 젊음과 시간의 소중함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네. 누군가와 생각을 교류한다면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에 더욱 좋을 테지. 심호흡을 한 번 해 보자.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거나 내일 아침에 뜨는 태양을 만나 보자. 누구라도 심신이 허해지면 건강한 기운을 받아야 하니까. 생각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우리의 인생을 살뜰히 살아 보자. 살아있다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겠어? 그러니 노력하고 도전해 보자. 언젠가 오늘의 무관심, 나태, 실수를 후회하지 않도록 말야.”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