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이리 되고 말았다. 올해는 정말이지 수업 홍보를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는데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따르고 있는 나를 보았다. 아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그래 수업은 밥벌이보다는 공부와 공헌 위주로 가자.’ 물론 돈은 참 좋은 것이지만 그건 다른 방식으로 벌면 되니깐! 나도 모르게 혼잣말 같은 소리만 늘어놓았다. 독백의 배경은 이렇다.

 

수년 동안 별도 공지를 하지 않고 기존 멤버들과 수업을 해 왔다. 그리스 고전이나 세계사를 거칠게 훑었는가 하면 여러 나라의 문학 작품을 얄팍하게 읽어대기도 했다. 욕심을 내어 철학사 공부에도 도전했다(고대, 중세, 근대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현대철학은 좀 무리였다). 소수의 공부 인연들이 늘 함께 해 주어 가능했던 지적 여정이었다.

 

2014년 겨울부터 기회 닿을 때마다 수업에 참여하신 분이 계신데, 한번은 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자기들끼리(그분 표현대로라면 ‘즈그끼리’)만 하지 말고 밖으로도 좀 알려주지 하고 생각했었죠.’ 투정과 애정이 섞인 말투였다. 왠지 모르게 고마웠지만 수업을 하는 방식이 바뀌지는 않았다.

 

지난달에는 새로운 공부 인연들을 몇 분 만났다. 4주간의 인문정신 수업을 함께 했던 것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는 즐겁고 유익했다. 열정으로 경청해 준 덕분이 컸다. “선생님 공부를 계속 이어가면 좋겠어요.” 이런 목소리들이 많아 애초에 없던 수업이 생겼다. 3월에 진행될 ‘인문적 독서와 서평 쓰기’ 특강이 그것이다.

 

블로그나 페북에는 공지하지 않았다. 나를 아껴주는 이들은 답답한 투로 말한다. 수업을 듣고 싶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 홍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공지는 해야 한다고! 옳은 말씀이다. 나도 그러고 싶다. 많이들 오시면 나의 자유가 늘어나니까. (나는 종종 ‘돈’을 ‘자유’라 표현하게 된다.) 그걸 알면서도 이리 되고 만다.

 

소중한 내 벗들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른다. “조금만 답답해하시고 두 가지의 해(解), 양해와 이해를 해 주시길 바래요(이리 썰렁한 표현을 쓰는 건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의미예요). 가끔 너무 답답하면 채근해 주시고.” 이런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면서 올해는 돈도 꽤 벌자고 다짐한다. (돈을 향한 욕심부터 키워야 하리라!)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더 떠오른다.

 

“알고 계시잖아요. 제가 세상의 인정보다는 내면의 만족을, 많은 사람들의 주목보다는 식견 있는 이들의 존중을 그리고 명성보다는 진짜 실력을 추구하고 있음을. 그리고 말이죠. 올해는 함께 공부하는 분들이 조금 많아졌어요. 헤헤.”

 

- 지난달 공부 인연들에게, 새로운 수업을 공지하고서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