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의 모든 팻 걸(Fat Girl)들이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지적이고 유쾌발랄한 페미니즘 책을 쓴 린디 웨스트의 말이다. 그녀는 강하다. "끔찍하게 뚱뚱하다"(한 영국 신문의 표현)는 말에도 그녀가 취한 반응은 '셀프 하이파이브'가 전부였다.(p.65) 이보다 훨씬 악랄한 댓글로 단련된 그녀에겐 이 정도는 분노나 절망할 사안이 아니다. 그녀는 '린디 웨스트'다. 거짓되고 저열한 문화와 투쟁하며 살아온 명랑한 전사! 


평생 팻 걸(Fat Gril)로 살아온 그녀는 자신의 결혼식이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린디 웨스트는 용감하고 아름다운 결정을 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으로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수치에도 없는 머리 크리를 가졌고 팻 걸이었다). 결혼식의 당연한 의례처럼 여겨지는 다이어트 대신 예비 배우자와 마음껏 먹고 마시는 여행을 강행했다.  


결혼식 사진을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세상의 모든 팻 걸'들이 봐 주기를 바란다는 바로 그 포스팅이다. 혹시 그녀의 황홀한 글쓰기를 보고 싶다면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를 읽으면 될 테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뚱뚱한 복수천사’(NPR)라는 표현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녀는 '우리의' 친구처럼 살갑다. '뚱뚱한'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도 알 수 있고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 '복수천사'라는 모순된 표현에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강한 여자는 싫다고? 그럴 수 있음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린디 웨스트는 강할 뿐만 아니라 지혜롭고 따뜻하다. 게다가 웃음마저 안긴다. 페미니즘은 어렵고 복잡한 이론으로도 설명될 수 있고 유쾌 발랄한 삶의 투쟁기로도 전해질 수 있다.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은 후자의 노선을 선택한 책이다. (편견이 어디에나 존재하긴 하지만, 이 책이 ‘강한 여자’에 대한 편견마저 불식해 주기를! 아울러 강한 남자, 섬세한 남자에 대한 편견들도 없애주는 책이 등장하기를.)


결혼식 사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한다! 그녀의 웃음에서 진리에 이른 이의 자유로움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녀가 이른 진리는 다음과 같다. 몸은 ‘내 것’이 아니다. ‘몸이 곧 나’다. 페미니즘을 유쾌하게 설명한 이 책을 통해서든, 켄 윌버의 『무경계』를 통해서는 마음뿐만 아니라 몸이 곧 나라는 진리를 이해하고 체화하는 것은 행복한 인생을 위한 첩경이다.


덧. 포스팅의 제목을 '세상의 모든 팻 걸들에게'라고 달았다. 그녀의 바람을 담은 제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걱정을 하면서 택한 제목이다. '팻 걸'이라는 단어 자체가 모욕을 안기는 표현이라는 비방 또는 이 제목 자체가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팻 걸'들의 외면을 부를 것 같아서다. 여러 가지 염려를 하다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녀를 가장 외롭게 만드는 일은 독설을 퍼붓는 남성들이 아니라 여성들의 무관심이 아닐까?'  


* 그녀의 결혼식 https://apracticalwedding.com/lindy-west-wedding/

* 린디 웨스트, 정혜윤 역,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 세종서적




나도 이르고 싶은 자유의 경지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