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위해 구글링을 하다가 우연히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큼직한 글씨의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Biden to Trump : "Grow Up"> 한 단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홀린 듯이 “Grow up”이라는 말에 이끌려 기사를 읽었다. ‘성장하다’라는 뜻이지만, 남에게 말할 때에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 두라는 뉘앙스의 어휘다.

 

“철 좀 드세요, 트럼프. 어른이 될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대통령입니다.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당신이 가진 것을 보여주세요. Grow up, Donald. Grow up. Time to be an adult. You’re president. You got to do something. Show us what you have.”

 

성장이든 철이 드는 문제든 나이는 중요치 않다. 바이든 부통령이 네 살 연상이긴 해도, 도널드 트럼프는 1946년 생의 고령이다. 박근혜 대통령(1952)도 꽤나 어른의 나이다. 성장도 세월처럼 정직하게 쌓여 가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나이와 성장은 비례하지 않는다. 심지어 반비례하는 경우도 있는가 보다.

 

심리학 박사 데이비드 리초의 『어른이 된다는 것』에 나오는 ‘건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서약’ 첫머리는 “내 삶의 모습에 완전한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다. 국정 농단에 대한 세 번의 대통령 담화와 신년 기자회견은 책임감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많은 이들은 대통령의 인식 능력에도 의구심을 갖는다. 리더는 그 자리에 합당한 지적 능력도 요구되는 법이다. 곧 임기를 마치게 될 부통령이 트럼프를 비판한 것은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이유였다. (인터뷰하는 부통령의 어조가 차분하고 여유가 느껴져 상대적으로 어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장은 오랜 관심사였다. 내게는 행복만큼이나 성장이 중요하다. 둘 중 하나를 골라 보라고? 견디기 힘든 고통을 동반하는 게 아니라면 나는 ‘성장’을 택할 것이다. (즐거움보다는 의미론적 행복을 추구하는 셈이다.) 성장통이 있다지만, 미성숙으로 일어나는 고통도 많다. 성장을 향한 욕망이 꿈틀대는 날이다. 좀 더 성장한다면… 지금의 힘겨움도 조금은 가벼워지리라.

 

당분간 성장을 위한 공부와 실천에 힘써야겠다.

나야말로 어른이 되어야 할 때이니.

어쩌면 우리 모두 마찬가지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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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로 음악을 듣다가, 우연히 <히든싱어> 김광석 편을 봤다. 2라운드 미션곡은 <나의 노래>였다. 말린 대추를 씹으면서도 몇 번이 김광석의 노래인지 쉽게 맞췄다. 1번부터 4번까지 첫 소절만 듣고서도 확신했다. 다음 소절의 노래는 들을 필요도 없었다. 너무 뻔했다. 이 노랠 백번은 들었을 테니 당연지사였다. 4라운드의 <서른 즈음에> 역시 김광석 찾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3라운드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는 너무 달라서 차마 끝까지 들을 수조차 없었다.) '그렇구나, 듣고 듣고 또 들으면 익숙해지고 잘 알게 되는구나. 내가 공부할 책도 읽고 읽고 또 읽으면 그리 되겠구나. 어려운 책들도 반복적으로 다가서면 다르게 읽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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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책읽기나 소중한 이와의 대화에도 즐거움이 존재하지만, 게임이나 흡연에도 즐거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즐거움의 양면적인 모습 때문에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을 뜻하는 ’쾌락‘이란 단어가 종종 오해를 받습니다. 쾌락, 참 달콤한 단어인데 말이죠.

 

저도 즐거움을 좋아합니다. 다만 즐거움이란 녀석이 분별력을 갖고 있지 않음을 주의합니다. 즐거움은 종종 내일을 생각하지 못하더군요. 타인을 배려하지 못할 때도 있고요. 결국 나의 자기경영은 즐거우면서도 유익한 활동을 찾아내어 힘써 행하는 노력입니다.

 

플라톤이 말이 기막히게 옳습니다. "교육의 중요한 목적은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도록 가르치는 데에 있다." 올바른 것으로 즐거워할 수 있다면, ‘달콤한 과정과 유익한 결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될 겁니다.

 

유익한 즐거움, 그것이 곧 행복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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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을 무사히 넘기면, 환자는 깨어나 몸에 삽입했던 관을 제거하고 퇴원한다. 이렇게 병원을 떠난 환자와 가족은 계속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결코 예전과 같지 않다.” (p.198) - 『숨결이 바람될 때』 중


지금의 상황은 감기 바이러스가 물러난 게 아니다. 위기(!)의 순간을 넘긴 것이다. 완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생명의 위기가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위기의 주소는 저 멀리 우주가 아니다. 환자의 일상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폴 칼라니티)는 이렇게 말했다. "의사의 말은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감정적이든 육체적이든 불확실성과 병적 상태는 환자 본인이 계속 씨름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암으로 죽어가는 상황에 비하겠냐마는, 살다보면 결코 예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을 맞을 때가 있다. 이혼, 파산, 사별, 큰 사고 등은 되돌릴 수 없다. (이혼의 경우, 재결합을 하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훌쩍 지난 후의 일이다. 감정은 회복되었을지언정 상황마저 똑같을 수는 없다.) 누군가가 위기의 순간을 넘겼거나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예전으로 돌아갔네"라고 섣불리 말하지 말자. 폴의 말처럼 "결코 예전과 같지 않다."


위기를 넘긴 당사자라면, 씨름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사람들의 경솔한 언행과 섬세하지 못한 이해를 탓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씨름 상대는 주변 사람들이 아니다. 에너지를 아껴 불확실성 그리고 질병과 씨름해야 한다. 고통을 자기 보호의 수단으로 삼지도 말자. 이해되는 일이지만, 질병 치료에 도움 되지 않으니까. 상황이 달라졌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화가 나고, 고통스럽더라도 예전과 다르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통스러운 당시에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고통이 새로운 삶을 잉태한다. 

고통은 힘이 세다. 지금껏 그토록 힘들었던 변화의 빗장을 열어젖힌다.

죽을 병이 아니라면, 질병은 종종 삶의 구원자가 된다. 다르게 살아감으로써! 

질병을 만난 이여, 고통에 빠진 이여!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힘을 내어,

예전과 다르게 사는 법을 익히자. 그리하여 인생의 새로운 장을 창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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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현 정리컨설턴트의 '정리'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올해 처음으로 내의를 입는 바람에 실내가 더워, 혼자 들락날락하느라 강연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타이밍 좋게 주워 들은 세 가지가 인상에 남았다.



1) 강사는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미니멀리즘에 관한 나의 문제인식과 맞닿은 얘기라 솔깃했다. 인터넷에서 '미니멀리즘'이라고 검색하면 환상적인 사진, 하지만 따라하기에는 만만찮은 이미지를 만난다. 실제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위 사진이 상단에 올랐다. 저러한 공간에 머물고 싶긴 해도, 좁은 집에서 실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단순한 삶이 주는 에너지를 경험하고, 미니멀리즘이 선사하는 미적 즐거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미니멀리즘에 무관심하기도 싫다. 강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 딜레마를 간단한 팁으로 해결했다. 삶의 한 영역에서 미니멀리즘을 구현하기를 제안한 것이다. 나는 강의실을 잠시 탈출하면서 생각했다. '그래. 하나의 공간, 하나의 품목에서만 실천하면 되겠구나!' 강사의 현실적인 접근이 고마웠다.



2) 강사는 네 가지 유형의 물건들을 버리라고 했다. "필요 없는 물건, 보관할 공간이 없는 물건,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물건, 쳐다보면 기분 나쁜 물건." 물건 버리기는 요즘 나의 나의 관심사다. 두 달 동안 '날마다 5개의 물건 버리기'를 실천해 오던 터였다. 처음 2주 동안에는 5개씩 버리기가 어렵지 않았다. 작은 물건(안경통,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 등)도 대상이었으니까. 한 달 즈음 지나니 갯수를 세 개, 다시 한 두 개로 줄여야 했다.

더욱 잘 버리려면 실천의 강화가 아니라 관점의 전환이 필요했다. 새로운 인식을 얻거나 관점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지식'이 버리기를 도왔다. '단순한 삶'이 지닌 가치를 깨달으면 좀 더 잘버리게 된다. 결국, 내가 원하는 인생을 생각하면 버리기가 쉬워진다. 여기까진 잘 실천하던 중에 강사가 하나의 목표를 안겨 주었다. '보관할 공간이 없는 물건'을 버리기! 바로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버리기의 지향점으로 삼아야겠다.



3) 강사의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삶의 의미'를 언급했다고 한다. (강연을 함께 들은 분께 나중에야 들었다.) 좋은 말이라 생각했는데도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었는지는 잊었다. 의미 없어진 것들을 버려라는 메시지인지, 의미 발견이 정리정돈의 비결이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강사 의도와는 다르더라도, 나름의 생각을 이어갈 수밖에.  

여기서의 '의미'란 사물의 가치를 뜻한다. 누군가에겐 국어가 재미고 누군가에겐 수학이 재미다. 재미가 그렇듯이,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에 '의미'를 둔다. 의미라는 개념은 사람들의 취향, 가치, 소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윤선현 컨설턴트의 정리론은 내게는 맞지 않는 구석이 많다. (하나만 언급하자면, 그는 한 번 읽은 책을 버리라고 하나 내게 가장 의미 있는 독서는 '거듭하여 읽기'다.) 자기 의미를 찾고, 비(非)의미를 버리기! 이것이 정리다.


가치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늘 강연은 나에게 두 가지 실천지침을 안겨주어 유익했다. 정리정돈의 전문가답게 사례가 풍성했던 강연이었지만, 들락거리는 바람에 대부분을 놓쳤다. 사례는 생각을 다듬거나 실천을 추동한다. 뜬금없는 내의 착용이 아쉬웠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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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도 고통도 끝이 아니다. 죽음만이 끝이다. 살아 있다면 끝이 아닌 것이다. 냇물 앞에 섰으면 뛰어 건너라. 옷이 젖을까 염려하거나 머뭇거리지 마라. 오늘의 바람과 내일의 햇빛이 옷을 말린다. 산이 가로막으면 오르고 올라 봉우리에 서라. 산마루에 서서 이마의 땀을 씻어내며 다음 봉우리의 손짓을 바라보라. 어제가 갔으니 오늘이 왔다. 살아 있으니 시작이다.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어제의 문은 닫혔지만, 오늘의 문이 열리리라. 지금도 새로운 문이 열린다. 그곳이 어디든지 또 하나의 출발점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태풍이 몰아닥친 후에도 삶은 또 다시 시작된다.

내가 이곳에 있다.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새로운 시작을 맞으며.


"아무도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 칼 바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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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그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소한 약속이었다. 길거리에서 나를 세워 둔 것도 아니고,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인해 내 일에 차질을 받은 것도 아니다. 내게 보내기로 한 자료를 보내지 않았을 뿐이다. 단언컨대, 실망은 없었다. (그는 평소에도 시간 약속을 거의 지키지 못한다. 이것은 불만의 토로가 아니다. 오히려 변호다. 대부분의 실망은, 실망한 이의 비합리적인 기대에서 비롯되는 법.) 아쉬움과 서운함도 없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은 허언'의 한 사례를 명징하게 인식했을 뿐이다. 친구에게서 나의 부족함을 발견했을 뿐이다. 게으름과 타협하는 바람에 오늘 하기로 생각한 일을 내일로 미루었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작은 약속이라고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적은 또 얼마나 잦았나! 특히 나 자신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면서 살지 못했다. 친구의 삶이 나를 준엄하게 깨우쳤다. 친구에게 서운한 게 아니라(그의 애정을 안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날이다.


이 수오지심을 잊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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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블로그 유입 키워드를 살펴보았다. 블로그측 안내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추출된 키워드’란다. 유입수가 1인 키워드는 무의미하게 보였다(이를 테면, 빵다방, 상쇄피드백, 서른여덟 등). 포스팅의 어떤 단어 하나가 한 네티즌에게 ‘얻어 걸린’ 것이다. 상위 5위까지는 의미 있게 다가왔다. 행복한 거북이의 인생여행(5회), 비전 목표(3회), 렉티오 리딩(3회), 멜버른 맛집(3회), www.yesmydream.net (3회) (횟수는 유입수).

 

몇몇 분들이 '행복한 거북이의 인생여행'이라고 정확하게 검색해서 들어온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누군가는 나의 강연에 관심 가져 준다는 사실도 참 고맙다. ‘그러고 보니 렉티오 리딩(독서의 기술) 강연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구나.’ 내년 초에는 렉티오 리딩 강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0위 안에는 수잔 손택 강독회(2회)도 보였다. 손택 강독회는 나도 재밌고 청중들의 변화와 지적 자극이 컸기에(나의 예상을 웃돌았다) 내년에도 하려던 참이었다. 손택으로만 3차 강독회가 되는 셈이다.

 

2.

블로그 유입 키워드나 방문 통계를 잘 살피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겐 관심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일이겠구나 싶었다.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려고 노력하는(그리하여 놓치며 살았던 영역에 눈 뜨면서 성장하고 싶은) 요즘이라 조금 더 살펴볼까 하다가 관두었다. 시간 투자의 우선순위는 첫째는 나의 재능, 둘째가 소중한 관계, 셋째가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나다움도 중요하고, 새로운 도전도 중요하다. 중요한 것들끼리는 취사선택이 아닌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오랫동안 나다움을 추구하며 살았다. 당분간은 새로운 도전에 얼마간 치우쳐 사는 것이 인생 전반의 균형을 찾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블로그 활성화가 필요할 때, 예전의 나라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면 된다’는 생각에 집중했었다. 이제는 ‘블로그 홍보도 중요하다’는 생각까지 껴안고 두 마리 토끼를 기를 것이다. 지금의 중단은 무관심이 아닌 전략적 시간 배분이다.’


3.

블로그 방문자 통계도 확인했다. 11월에는 3천명 남짓이었다. 연초의 1/5 수준이다. 지난 10월, 블로그 연결이 약 20일간 되지 않았다(호스팅 기술적인 문제였다). 그래서인지 10월부터 한 달 방문수가 급감했다. 블로그를 운영해 온 10년의 기록을 살펴보니, 월별 통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엇다. 월 방문자 수는 2007년 8월부터 3천명 대가 되었다. 10년 동안 지난 10월 방문자 수(2,351)보다 적은 달은 딱 두 번 뿐이었다. (그 중 하나는 2009년 11월인데, 긴 배낭여행을 떠났던 시기라 그런가?)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고, 쭉 관심 가질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현황을 파악하는 일은 재밌다. 어젯밤에는 나의 신용등급을 확인하며 1시간 30분 동안 신용구매력, 대출거래지수 등을 꼼꼼히 읽어보기도 했다. 1등급이었지만, 신용평점은 작년 대비 44점(1천점 만점)이 떨어졌다. 상위 30% 정도가 1등급이었으니, 1등급의 범위가 너무 넓게 느껴졌다. 등급보다는 신용평점을 목표로 삼고, ‘1등급 중에서도 상위 10%에 포함되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4.

변화를 원하고 성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조언한다. 마인드를 바꾸고, 현실을 파악하라! 공부도 마찬가지다. <지적 생활의 발견>의 첫 장에서 저자는 자신의 실력을 속이지 말 것을 당부한다. 재테크도 당연하다. 리처드 템플러는 <부의 잠언>에서 부자 마인드를 강조하고 난 후 실천편의 첫 번째 지침으로 “먼저 현실을 파악하라”고 썼다. 나는 현실 파악의 중요성을 대학에서 배웠다. 측정하지 못하는 것을 경영하기는 힘들다는 지혜를 말이다(교과서는 측정 없이는 경영도 없다는 식으로 좀 더 강하게 가르쳤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 별 관심도 없는 영역이지만 나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나니 이렇게 쓰고 싶다. 측정하면 관리하고 싶어진다! 어쩌면 새로운 목표가 생길지도 모른다. "블로그 방문수를 2016년 9월 이전의 수준, 아니 올해 초의 수준으로 높여보자"는 목표는 그렇게 해서 생겨났다(올해 초 하루 평균 방문수는 500에 달했다).  신용평점 목표도 세웠다. 나는 얼른 작년도 평점(950점)을 넘어서고 싶어졌다. (올해 단돈 10만원 때문에 단기대출은 받은 게 신용도에 여실히 반영됐고, 후회스럽다.)


 

5.

많은 이들에게 측정은 곤혹스럽고 짜증나고 귀찮은 일이다(그들은 아마 이 글의 숫자와 디테일을 건너 뛰었으리라).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오늘(사실 최근 수 주 동안) 측정에 시간을 쏟은 이유는 나의 비전 때문이다. 나는 경영의 달인이 되고 싶다. 대상이 시간이든, 건강이든, 지식이든 말이다. 전문가들은 측정이 경영의 기본기라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이 말과 나의 비전을 생각하면, 측정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싶지 않아진다. 평균적인 측정 능력이라도 갖추고픈 욕망이 생긴다. 이것이 비전의 위대함이다. 장애물을 뛰어넘게 만드는 힘 말이다.  


당분간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측정하며 지내련다. 

나에게는 경영의 달인이라는 꿈이 있으니까!  

지금 당장, 옷을 다 벗고, 몸무게를 재야겠다. 

(중요하니 지금 해야 하고, 벗어야 정확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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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에 집을 나섰다. 핸드폰은 책상 위에 놓아둔 채였다. 주말이니 전화 올 일도 없었다(기실 들고다닌다고 해도 놓치기 일쑤인데 뭘). 저녁 약속이 하나 있었으니, 확인차 사전 연락을 주고받을 가능성만이 존재했다. 이것도 걱정할 바가 아니다. 아직 시간이 넉넉한 때였다. 부재중 메시지가 있으니, 다녀와서 연락해도 될 터였다. 사소한 의사소통의 실수가 서운함이나 오해로 번질 염려도 없는 친한 관계이기도 했다.


카페에서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왔다. 간간이 창밖을 바라보거나 눈을 지그시 감았던 걸 제외하면, 책의 내용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내용이 가슴과 영혼을 울렸던 탓이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핸드폰이 없었다는 사실도 꽤나 도움이 된 것 같다. 돌아와서 핸드폰을 확인했더니, 한 시간 사이에 나를 찾은 메시지, 카카오톡, 메일은 없었다. 반가운(평일이었더라면 카톡 하나쯤은 왔을 테고, 그러면 들지 않았을) 의문이 들었다.


'핸드폰을 가져갔더라면, 한 시간 동안 몇 번이나 주의를 빼앗겼을까?'


책의 저자인 '오쇼'가 나를 장악하긴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두 번은 확인했을지도 모르겠다. (연락 온 데가 없으니) '그 확인은 헛걸음일 텐데'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연락이 왔더라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책을 읽다 말고, 잠시 메일을 읽거나 카카오톡에 회신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나는 주변 사람들에 비해 핸드폰에 그나마 덜 중독된 편이라 생각했지만, 안주하거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지만, 사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대니얼 골먼을 『포커스』에서 미국인들의 중독 현상을 전한다. "문자가 오면 그 순간을 놓치게 됩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에는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게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이미 중독이 되어버렸어요." "책을 한 번에 두 쪽 이상을 읽지 못하겠어요. 새로운 메일이 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가 힘들어요."


전언은 청소년들의 얘기가 아니다. 한 출판사의 임원과 대학 교수의 말이다. "정보의 풍요는 주의의 결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1978년(책은 1977년이라도 잘못 전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의 예견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골먼은 "집중력의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의 모든 것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믿을 만한 증거로 밝힌다. 이러한 증거를 읽지 않더라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고.


집중력은 이제,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든 희소한 능력이 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경고해 준 덕분에 나는 집중력을 연마하기 위한 노력을 간헐적으로 해 왔었다. 요즘엔 조금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고, 하고 싶은 일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우정과 사랑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사람들은 집중력을 업무와만 연계하지만, 사실 집중력 없이는 교감, 공감, 친밀함도 없다).


다시 한 번 집중력의 중요성을 의식할 수 있어서, 나는 지금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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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메일을 확인하던 중 '심리상담사/ 바리스타 자격증 무료 교육'이란 제목의 메일이 눈에 띄었다. 발신인은 '평생교육원'이다. 수년 전이면(30대 중반까지는) 필요한 정보면 쌓아뒀는데, 요즘에는 지금 읽거나 아니면 바로 삭제한다. 자격증 안내 메일의 경우는 바로 삭제에 해당된다. 나에게 자격증이란, (소수의 자격증을 제외하면) 어떤 역할을 해내는데 필요한 아주 최소한의 실력을 검증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상했다. 나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자는 마음과 이른 아침의 메일들을 미루지 말고 하나씩 처리하자는 마음에 따라 자격증 무료 교육을 홍보하는 메일을 클릭했다. 오늘이 새로운 달의 첫날이었던 탓이 컸지만, 지난 크레타 여행에서 결심한 목록에 '커피추출법 배우기'가 있기도 했다. 결심을 조금 더 확장하여 커피 전반에 대해 배우는 것도 괜찮고, 어렵지 않고 무료라면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메일 내용을 보니, 듣고 싶은 강좌가 많았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1급 심리상담사, 논술지도사 1급, 음악심리상담사, 미술심리상담사, 에니어그램심리상담사, 1급 바리스타, 1급 심리분석사 과정을 청강하고 싶었다. 이 업체(케이잡평생교육원)의 메일은 유혹적이었다. 자격증 따기까지의 과정을 도표로 보여주었고, 관심자들이 궁금해할 교육 비용도 '전액 무료'라는 점을 선명하게 밝혔다. 거기에다 친절한 Q&A까지!



"생각을 멈추고 지금 당장 실행하라!" 이 절체절명의 슬로건이 나를 구원하리라고 생각하는 요즘인지라, 나중에 오판이었다고 생각되더라도 하나의 강좌를 듣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리서치를 하고야 말았다. 내겐 두 가지 의문이 있었다. 이 업체(케이잡평생교육원)가 주관하는 자격증이 유망한가,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의 실력은 어떠한가였다. 나는 포털사이트에서 이 업체의 신뢰도를 검색해 보았다. 다음은 나의 결론이다.


- (당연한 소리지만) 민간자격증보다는 국가자격증의 신뢰도가 높다. (이 업체는 민간자격증)

- (민간자격증이라면 최소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업체를 선택하는 게 낫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우수한 민간자격증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세운 기관이란다.

- 교육 콘텐츠의 질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등록된 강좌들이 우수하다.



리서치는 실행의 저항이 될 수 있지만, 나는 정말 최소한의 리서치를 하자는 생각으로 한 시간을 투자한 결과다. 어떤 리서치는 나의 지적 호기심을 쫓느라 실행의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데, 이번 리서치는 생산적이었다. 효과적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습득한 것이다. 나는 이 업체의 강좌를 포기했다. 나중에 시간 여유가 생기면 자격증 취득과는 별개로 '바리스타' 과정만 들을 것이다. 결정 과정이 내게도 인상 깊었다.


- 12월의 목표가 분명했다. 달려갈 푯대가 분명하니 마음이 끌리는 샛길의 유혹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절체절명(이 표현을 거듭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의 순간에 놓였음을 잊지 않았다.

-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점, 취득이 쉽다는 점이 나에게 매력을 주지 못했다. 특히 Q&A 첫번째 질문(자격증 취득이 어려운 것은 아닌가요?)에서 매력이 떨어졌다. 도전의식이 저하되었던 것인데, 내게는 "취득이 쉽지는 않습니다"는 류의 문구가 자극을 준다.



나는 K-MOOC에서 수강함으로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아직은 참여한 대학교가 많지 않고(향후 늘어날 것이다) 강좌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소개된 교수님들을 보니 개설된 강좌의 질이 막강하다고 판단했다. 포스팅을 위해 찾아낸 위 동영상을 진작에 보았더라면, 서치 시간을 절약했을 텐데. 듣고 싶은 수업은 개강된지 3개월이나 지났다. 나는 곧장 해당 수업 운영자의 메일로 문의 메일을 보냈다. (아래는 그 중 일부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하다가 실행을 놓친 게 여러번인데, 오늘은 그마나 낫다. 메일 회신이 오면 나는 바로 실행할 것이다. 사실 무크를 알게 된 것은 3년 전이다. (2012년 뉴욕타임즈는 무크의 등장을 교육계의 가장 혁명적 사건"이라며 "15년 안에 절반의 대학이 사라질" 거라는 대담한 전망도 했다.) 이후 코세라에 가입하여 공부하기를 잠시 계획했다가 실행하지는 못했다. 교육계의 신기원이라 생각하면서도, 세월만 흘렀다.



나는 이렇게 골치아프게 산다. 뭘 결정하더라도 조사하고 따지는 게 많다. 의자 하나, 시계 하나를 살 때에도 책부터 읽다 보니, 늦은 실행은 제2의 천성처럼 되어 버렸다. 요즘은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리서치와 실행의 황금 비율을 찾아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오늘은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메일 하나로 시작된 3시간의 탐색이 준 결과는 여럿이지만, 나와 비슷한 메일을 받고 고민하신 분들에게 유의미할 법한 개인적 생각은 아래와 같다.


- 자격증을 쉽고 간단하게 취득하려면 케이잡평생교육원, 이에듀케이션 등 민간자격증 업체가 유리하다. 사회에서 얼마나 공인되느냐의 문제를 차치하면 말이다. 자격 조건도 고졸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 자격증보다는 양질의 공부에 집중한다면 온라인 K-MOOC 를 따져보고, 사회적 인정을 원한다면 학점은행제도 검토해 보기를 권한다.


[참고] 무크가 일각의 주장처럼 과연 교육의 혁명인지 아니면 잠깐의 열풍에 불과한지를 다룬 아래 동영상도 흥미 진진하다.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