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에 해당되는 글 484건

  1. 2018.10.18 절실한 바람만 있을 뿐
  2. 2018.10.12 오늘 선택한 행복 (1)
  3. 2018.04.14 마음아, 너는 어떠니?
  4. 2018.04.13 상실의 방을 명랑하게
  5. 2018.04.06 박효신, 집필 재개 & 명저 (2)
  6. 2018.04.03 은근히 설레입니다 (2)
  7. 2018.04.02 2018년 3월 성찰일지
  8. 2018.03.28 달빛강남 수업을 마치고
  9. 2018.03.25 남자보다 책이 나을 때 (6)
  10. 2018.03.21 이제야 하루가 완성되는구나

“마흔이 되어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날이 늘어났다. 왜 그런지 잘 몰랐다. 잠든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흐릿한 밤이 며칠 계속되면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몸은 피곤에 전다. 긴 잠 속으로 죽은 듯 빠져들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쉽던 일이 더 이상 쉽지 않게 되었다.” - 구본형


분명치 않은 이유라고는 했지만 구 선생님은 ‘모호함’과 ‘불안’이라는 단어로 마흔의 불면을 회상했다. 불면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였고 어느 정도는 불면을 즐겼다. 한밤중에 일어나 음악을 들었고 고독을 즐겼다(그때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때때로 미래를 구상했다(마음 속 가장 먼저 떠오른 모습이 저술가였다).


불면이라는 불청객을 창조의 시간으로 전환시키는 선생님의 모습은 부러움과 위로를 동시에 안긴다. 불면증이 안긴 극도의 피곤한 일상을 지내셨으리라 생각하니 일종의 동질감이 먼저 느껴졌다. 글로 표현된 선생님의 불면은 막연한 ‘불쾌감’이나 ‘불안감’이었지 극심한 고통이나 외로움은 아니었다. 같은 불면증 환자로서 그가 처한 불면의 등급(?)이 내심 부러웠다.


불면증에 등급이 있다면 수면의 양과 질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태도 감안해야 하리라. (내면의 힘겨움으로만 따지면) 고민으로 잠이 오지 않는 경우는 3등급, 불안으로 잠이 오지 않음은 2등급이 되겠다. 고통 때문에 잠이 달아났다면 1등급이다. 고민, 불안, 고통의 구분선이 명료하게 존재하진 않겠지만 내게는 선연하게 차이가 느껴지는 세 단어다.


심장이 뛰고 마음이 고통스러워서 밤을 꼬박 새거나 새벽에서야 잠깐 눈을 붙이는 일은 고역이다. 뜬 눈으로 푸르스름한 새벽을 맞이하는 날엔 하루 종일 몽롱하게 지내게 된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다가 정신을 놓친다.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지나치기 일쑤다. 거리를 걷는데도 줄음이 쏟아진다. 요즘의 내 일상이다. 불면의 밤들을 벌써 3개월째 보내고 있다.


잠을 달아나게 만든 고통과 날마다 동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고통스럽다. 불면의 원인은 두 가지다. 상실의 슬픔 그리고 원통함이다. 상실의 괴로움이야 여러 번 체험하며 알아(?) 왔지만 억울함을 안고 사는 일이 이리 고통스러운지 미처 몰랐다. 고통에서 헤어나려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매일같이 쓰러지고 패배한다. 하루하루가 링이고 나는 날마다 패하는 권투 선수다.


대개 두세 시에 깬다. 잠이 깨면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한다. 뒤척이다가 결국엔 일어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때부터 미명이 밝아오기 전까지의 서너 시간이 힘들다. 불면으로 맞는 새벽은 괴롭기 짝이 없다. 몹시 피곤하여 몸을 누이지만 눈을 감으면 잠이 달아난다. 온 몸을 몽둥이로 맞은 것도 같고 온 몸이 경직되어 한없이 뒤틀리기도 한다.


아침이 밝아 의식이 깨어나면 몸의 통증도 얼마간 사라진다. 눈이 시리고 몸이 찌뿌듯하지만 새벽의 몸 상태에 비하면 한결 낫다. 다행하게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네 시간 이상을 잔다. 여러 날을 연속으로 4시간 이상씩 잤던 적도 3개월 중 두 번쯤 있었다. 이것이 전부다. 나머지 날들은 괴로운 불면의 밤들이었다. 그제도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잠들지 못하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의식이 완전히 깨기 전에는 피곤에 전 몸이 따라주지 않고 의식이 깨어나면 마음이 도와주지 않는다. 몸은 불면으로 파김치처럼 시들어 있고 마음은 상실감과 원통함으로 쑥대밭이니까.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기란 아직 요원하다. 오늘 하루의 생존이 우선이다.


계획도 성찰도 무의미하다.

절실한 바람만 있을 뿐.


3개월 후 : 일상을 회복한다.

2개월 후 : 내 삶과 화해한다.

1개월 후 : 상실을 받아들인다.

오늘 :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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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행복하게 ‘사는’ 일은 만만치 않지만 행복을 ‘맛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내면에 가득한 슬픔에 침잠하는 대신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창조하면 된다. 상실과 고통이 무슨 의미인지 묻는 대신 서랍 하나를 열어 깨끗이 정리하고, 대충 온 몸에 물을 끼얹는 대신 뽀득뽀득 비누칠 샤워를 정성스레 하는 일은 내게 행복이다. 행복이 깃들면 그 기쁨의 감정을 잡아채어 잠시 음미한다. 맛난 디저트나 그윽한 차를 맛보듯이 온 몸의 감각을 열어 향유하는 것이다.


‘아! 좋다.’


내 안에 슬픔과 외로움이 가득한데도 하루에 한 번은 이렇게 기쁨을 만끽한다. 행복한 삶이라고 해서 눈물이 없지 않듯 힘들고 불행한 삶이라 해서 웃음이 없지 않다.


오늘 선택한 행복은 조식이다. 할 일이 많은 날이라 간편하게 아침을 먹을 법도 했지만 느긋하게 조식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조바심을 내려놓고 한 시간을 뚝 떼어냈다.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향유했다. 갖가지 야채와 계란 요리를 먹었다. 커피 세 잔을 마시며 하루키의 소품 세 편도 읽었다(단편집 『반딧불이』에 실린 <세 가지의 독일 환상>). 마지막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계획하고 나니 딱 한 시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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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울음을 참으며 3월을 지냈다. 4월 2일 어머니 기일이 되면 엄마 묘 앞에서 한 번 실컷 웃자고 생각하면서 나를 달랬다. 4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 '한 번의 실컷'을 감행하지 못했다. 내 인생에 벌어진 일들을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

 

내게 필요하다 싶어 집어든 책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삶의 고통에 직면하라!" 조언을 좇고 싶은데도 견뎌낼 여력이 없다. 가슴이 미어져 책을 내려놓고 만다. 얼른 다시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다고 마냥 세월을 보낼 수도 없다. 


나에게는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픈 마음을 보다듬고 그녀를 축복하고 내 시선을 앞으로의 날들로 돌리는 리추얼의 시간이 절실하다. 매주 시도하지만 번번이 포기한다. 아직은 너무 아프다. 매주 기대를 품는다. '이번 주말엔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움과 담대함을 양손에 하나씩 움켜잡고 내 마음의 방을 두드려 봐야겠다. '상실의 방'이라 부르는 그 공간에는 슬픔, 아픔, 회한, 고통 그리고 한 움큼의 희망이 들어차 있다. 용기를 내어 본다. '똑똑. 나는 준비됐어. 마음아, 너는 어떠니?'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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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선생님은 벚꽃이 피고지던 무렵 떠나셨습니다. 5년 전 오늘입니다. 존경하던 분이라 여전히 마음 한켠엔 그리움과 아린 슬픔이 있네요. 오늘은 지난 기일들과는 달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로 하루가 훌쩍 지났습니다. 오늘을 잊은 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저 바쁘게 보냈습니다. 수원으로 강연을 다녀왔고 저녁엔 사람들을 만났죠. 반쯤은 의도한 일정이었네요. 아직은 '상실'이라는 아픔을 직면하기가 두려워던 겁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선생님의 책 한 장을 읽지 않고 사진 한 번 바라보지 않고 보낸 하루를 후회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네요. '오늘 하루를 아침부터 다시 산다면 선생님이 잠드신 곳으로 찾아뵐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내 선택을 후회하면서도 달리 선택할 힘은 없는 겁니다. 달갑지 않은 현실이지만 현실의 내 모습을 인정하자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내면 속 상실의 방을 지혜롭게 정리하고 명랑한 공간으로 가꾸고 싶은데··· 아직은 때가 아닌 건지 아니면 내 영혼이 연약한 건지 궁금합니다. 고통에 직면하자니 여전히 아픕니다. 일상이 멈출 만큼 힘겹습니다.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굳이 현자들의 목소리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외면, 기만, 엄살, 등은 모두 고통을 대하는 지혜로운 태도가 아니니까요. 우선은 두 자아로 살아보렵니다. 상실을 아파하는 자아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자아로 내 마음을 모두 살피는 겁니다.


머잖아 고통을 직면해야죠. 상실에서 깨우친 배움을 삶의 에너지로 전환시킬 날을 기대하면서 두 자아를 통합해야겠지요. 제가 기대하는 통합이란, (수잔 제퍼스의 말처럼) 상실의 경험을 오늘로 불러와 죽음과 이별을 삶의 재앙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했던 시간들을 행복하게 추억하는 겁니다. 그리하여 내 삶에 벌어진 슬픔과 화해하여 전보다 조금 그윽한 사람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네요. 조급하진 않아야겠죠. 서두름은 영혼의 일을 다루는 도구로선 적절치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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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박효신의 <야생화>를 오늘 하루 종일 들었다. (2014년 3월에 발매된 동명 앨범에 수록된 곡이고 유명한 노래인데 진자하게 감상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 스무 번은 들은 것 같다. 가히 이 노래만큼은 완벽한 경지에 올라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지독할 정도로 연습하고 노력한다는 박효신! 그에게서 이상은의 노래와는 다른 미덕을 만났다.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길을 조우한 느낌도 든다. 다름 아닌, 일을 작게 쪼개어(노래 한 곡) 치열하게 노력할 것! (일기에 적은 글도 이곳에 옮겨 둔다.) 


<전율과 감탄을 안긴 뮤직비디오다. 흠집이라고는 없는 보석을 만나면 이런 느낌일까! 넋을 잃은 채로 그의 표정과 동작을 쫓아갔다. 목소리로 예술을 빚는 한 장인의 모습에 감격하느라 가사도 시간도 잊었다. 눈앞의 사위는 사라졌고 노랫말도 들리지 않았다. 아... 박효신!>

2. 
무려 20일 만에 조르바
집필을 재개했다. 프롤로그를 고쳐 썼다. 독자와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전 글보다 나아졌다. 저자 중심에서 독자 지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한 결과인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 읽을 때에도 여전히 좋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쓴 직후엔 마음에 들었던 글도 이튿날 읽을 때에는 허접하게 보이는 경우가 허다해서 하는 말이다.


3.

2018년도에 읽었고 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을 정리했다. 훌륭한 책들은 정말이지 많다.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아테네의 변명』,『인간성 수업』,『지식의 착각』은 전율 그 자체다. 문제는 시시한 책들이 더욱 많다는 사실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이류 도서를 읽는 유익도 있다는 점인데, 이에 대해 글을 한 편 써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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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두통으로 이틀을 앓았습니다. 목소리가 완전히 나가버린 기간마저 합치면 나흘 동안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네요. 오늘도 하루 종일 몸져 누워 지내다가 저녁에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내친 김에 저녁 수업도 청강하고 왔지요. 행여 결석할까 걱정했던 수업인데 다녀오니 기분이 좋네요. 청강하러 가는 길에도 혹시 아플까 염려했지만 수업 듣고 온 지금 저는 멀쩡합니다. 아직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두통은 많이 가셨습니다. 머리가 안 아프니 살 맛 납니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두통인데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좋았을 날이었네요. 하루는 제 생일이었고(이 날 하루 종일 문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하루는 엄마 기일이었거든요(바로 어제였죠). 생일은 아픈 채로 보내어도 아쉬움이 없었지만 어머니 기일 날에 하려던 일을 못한 건 속상합니다. 엄마 앞에서만 울려고 한 달 내내 참고 살았는데 정작 기일이 되기 이틀 전부터 몸을 사려야 했습니다. 컨디션이 급격이 떨어졌거든요. 사실 울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았고요.

'한 달 내내 몸을 혹사한 대가려나?' 글을 쓰기 전까지는 들지 않았던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가네요. 두통의 직접적인 원인은 양평 아카이브의 차가운 바닥에서 잠시 졸았던 탓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떨어진 체력이 진짜 원인인지도 모르죠. 마침 올리버 색스의 <안식일>이라는 글마저 떠오르는 걸 보니 4월에는 다른 날과 구별된 하루를 떼어내어 쉼과 휴식을 누려야겠습니다. 그 날만큼은 부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기를! (올해 미세먼지는 정말 최악이네요.)

통증이 제 몸을 떠나니 내일이 몹시 기다려집니다.
며칠 동안 손을 놓았던 일들은 저를 기다릴 테고요.
기다렸던 사이의 만남이어서일까? 은근히 설레네요.
자고 일어나면 책부터 마음껏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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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2018년 3월이 지나갔습니다. 꽤나 바빴 조금은 고단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3월을 돌아보는 첫 마디가 '수고했다'라는 혼잣말이었네요. 자위를 건넨 이유는 간단합니다. 열심히 살았거든요. (열심이라니! 스스로를 늘 못마땅해 하는 내가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다니! 참 낯설고만.) 한 달 남짓 동안 3kg이 빠졌고, 자주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공부했습니다. 정성을 다하여 수업을 진행했고요. 한 달을 수놓았던 단어들을 나열해 봅니다.


인문정신 수업(달빛강남), 다섯 개의 수업 청강, 새로운 공부 인연들, 『인간성 수업』, 와우수업 종강, 북도슨트 자원봉사, 미세먼지, 플로라이팅 수업 종강, 카프카 커넥션 등등. 


1.

달빛 강남학파! 결국엔 이 분들과도 수업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결국'이라고 표현한 것은 개인적인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죠. 한 달만 수업하자 VS 함께 공부를 이어가자, 이 사이에서 고민했던 겁니다. 수업을 운영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는 제가 수업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처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와우리더의 성향이 조금 묻어나는 거죠.) 수업료를 올릴까, 4월에는 수업을 하지 말까,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결국엔 지금까지 진행해 온 모습 그대로 함께 공부를 이어가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만큼 저도 즐거웠습니다. 유쾌한 분들, 공부하는 분들, 경청하는 분들이 섞여서 제게 보람과 힘을 안겨 주었네요. 저의 책임감 또는 사명의식(거창한 단어를 쓰고 싶진 않지만 제 마음과 가장 가까운 표현이긴 하네요)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인문학을 공부하시겠다는데 내가 읽고 배우고 익혀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가 보자' 하고 생각한 거죠.  개인적 소감을 덧붙이자면 총 4회 수업 중 한 번은 수업을 마치고서 괴로웠고 한 번은 수업 이튿날까지 만족스러웠습니다. 과도하게 청중을 지향했더니 괴로웠고 나다운 스타일로 진행했더니 행복했다는 느낌입니다. 


2.
많은 수업을 청강했던 3월입니다. 매주 네 다섯 개의 수업에 참석했지요. 셋째 주부터는 북도슨트 자원봉사 교육(주 2회)마저 더해져 연일 피로감을 달고 살았습니다. 주 7회 수업은 정말이지 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4~5개의 수업을 들었던 경험이 있긴 합니다. 3년전 라틴어를 배우고 아도르노 강좌를 듣던 때에도 문학 수업 등 여러 개의 수업을 들었죠. 돌이켜보니, 삶이 힘겨울 때마다 저는 독서와 공부에 집중하면서 세월은 기다렸네요.) 몹시 고단했던 날도 있었지만 결석은 하지 않았습니다. 수업이 시시해서 수강료를 날린 셈이라 여겼던 강좌 하나를 제외하면(이 수업은 전체 6주 중에서 한 번만 참석했네요) 모든 수업에 출석했고요. 가장 유익했던 수업은 '카프카 커넥션'입니다. 카프카와 지적 영향을 주고받은 거장들을 살폈는데(도스토예프스키, 발저, 카뮈, 데리다) 카프카로 가는 길을 다양하게 알게 된 느낌이네요. '그리스 문명' 수업을 오가는 길에서는 지적 희열이 피곤함을 무찌르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가는 발걸음이 무거운데도 마음이 설레는 제 자신을 보면서 저의 '인문정신' 수업을 들으러 오는 분들도 '이리 설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했네요.


3. 

마사 누스바움의 『인간성 수업』이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날이 생생히 기억납니다(한 달이 더 지나면 희미해질 테죠). 조르바 원고를 탈고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이 책이 반가웠죠. 실은 많이 흥분했습니다. 집필하던 원고를 얼른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리버럴 아츠 집필에 뛰어들고 싶었거든요. 리버럴 아츠 원고는 초고를 마무리했고 퇴고만 하면 되는데 그러기 전에 몇 권의 리버럴 아츠 영어 원서를 읽을 계획이었습니다. 그 계획에 있던 책 중의 한 권이 『인간성 수업』이었으니 반가울 수밖에요! 나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조르바 원고를 뒷전으로 하고서 틈틈히 『인간성 수업』을 읽은 겁니다. 제게 많은 위로를 안겨 준 책입니다. 통찰과 인식을 얻을 거라 생각했는데 위로라니요! 이는 완전히 예상 외의 결실입니다. 새로운 인식을 배웠다기보다는 지금까지의 공부를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믿음직한 선생으로부터 '앞으로도 그리 공부하고 살아온 대로 살아가세요'라는 격려를 받은 기분이었죠. 특히 와우 수업을 진행한 방식이나 공부 목표가 저자의 철학과 맞닿아 있었습니다(수준 차이가 엄청 났을 뿐). 마사 누스바움이 『시적 정의』에서 했던 다음의 말을 보면 와우들도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의 중심 주제는 타인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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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난 월요일에 4주간의 인문정신 수업이 또 하나 끝났다. (강남역 인근에서 모여 강남학파라 불리는 모임이었다.) 인문 소양을 함양하는 실제적인 길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그 제안이 인문학의 본질과 동떨어지지 않기를 열망했다. 나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업 준비는 지극히 인문적이어야 했고 실제 진행에선 인문학의 효용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인문학만이 주는 효용을 누리려면 역설적으로 인문학의 본질에 바짝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실현한 것 같아 기뻤다.


무엇이 흡족했나.


1) '인문학의 안팎을 살핀다'는 수업의 설계가 마음에 들었다. 종로 수업에서부터 시작된 이 설계 덕분에 기업이나 대학에서의 인문학 특강도 좀 더 명료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2) 수업에서는 현장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유인물은 최초의 설계대로 준비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청중 분들은 이러한 방식을 낯설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3) 공부 인연들끼리 친밀해졌다는 사실도 나를 기쁘게 한다. 언젠가 함께 답사를 떠날 정도의 유대감을 쌓아가고 싶다. 4) 특히 4주차 수업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나다운 내용이었고, 나다운 진행 방식이었다. 인문학 공부는 인간성을 드높이고 연대의식을 함양하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담아낸 수업이었다. 5) 개인적으로는 8주 동안 두 번의 인문정신을 진행하며 <인문정신을 권함> 원고를 어떻게 쉽게 풀어쓸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뜻밖의 반가운 수확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1) 인문학이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는 점은 설득했는지 모르지만 인문학 공부가 즐겁다는 사실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이어지는 수업에서는 '인문학 공부의 즐거움'을 안겨 드리고 싶다. 고민할 대목이다. 2) 종로와는 달리 강남에서는 인문학 '밖'에 관한 담론을 많이 다루지 못했다. 리버럴 아츠와 후마니타스의 역사 대신 '인간성 수업'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건 아쉬움이기보다는 앞으로의 수업을 위해 기억해 둘 점이겠다. 3) 도서 추천을 더 명쾌하고 간단하게 했어야 했나? 수업을 진행한 이로서는 '더 공부할 책'을 분명하게 추려내어 자세하게 설명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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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휴우. 지난 한 주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네요. 바빴습니다. 세 번의 수업을 진행했고 다섯 번의 강연을 청강했죠. 뒤풀이로 자정을 넘겨 귀가한 적도 두 번입니다. 한 번은 택시를 타야 할 상황인데 기어코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귀가하느라 피곤함을 더했네요. 편안한 시간들이긴 했지만 네 번의 만남까지 있었던 한 주였습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기다린 날이죠. 사실 오늘도 신청한 수업이 있는데 안 가려고요. 시시한 수업인데다 농도 심한 미세먼지가 제 결정을 지지하네요. 


아침에 나가면 밤이 되어서야 돌아오는 일정도 두 번이었습니다. 갑자기 만남을 많이 잡은 건 아닙니다. 3월부터 청강하는 수업이 무려 일주일에 5개였죠. 여기에 약속 몇 개를 잡으면 강연 일정까지 더해져 벅찬 일정이 되더군요. 결국 종일 일정이 있던 이틀은 약속 하나씩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배려해 준 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했지만 덕분에 잠시 휴식하여 저녁 일정을 잘 소화했죠. 집필은 한 달째 지지부진했고(원고가 아닌 조각글만 몇 편 썼네요) 살도 빠졌습니다. 자그마치 3kg이나.



벅찬 일정! 이는 3월의 두드러진 두 모습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무분별한 책 구매'고요. 지난 한 달 동안 정말이지 많은 책을 샀습니다. 한 달 책값이 지난 한 해 동안 구입한 금액을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네요. 작년엔 많이 절제했거든요. 다가 올 카드 결제일이 걱정입니다. 구입할 책을 찬찬히 살피는 과정 자체가 공부지만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을 썼던 게 사실입니다. 공부거리가 쌓여 든든하고 흐뭇하지만 동시에 조금 더 참아내지 못한 게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렇듯 책을 사고 수업을 들으며 3월을 보냈습니다.


책을 왜 그렇게나 샀냐고요?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 한 건을 하고 나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때로는 두어 시간이 지나기도 하죠. 책을 선별하고 주문하는 과정엔 몰입이 절로 이뤄집니다. 잠시 힘겨움을 잊는 겁니다. 지난 주,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눴네요.

"나 요즘 만사가 힘들어." 친구의 말에 저도 화답했습니다.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든 요즘이네. 나 역시 괴로워서 공부에 매진하고 있잖우. 나랑 같이 고대 그리스 문명 수업 듣자!" 
"힘들면 쉬어야지, 공부에 매진하다니 너 답다. 낼 고전 수업 가면 난 듣다가 졸 각. ㅋㅋ"
"내일이 힘들면 금요일엔 조르바 수업을 같이 가든지. ^^"
"아주 그냥! ㅋㅋㅋㅋ"
"난 자꾸 공부하러 같이 가재. 하하."
"넌 왜 날 자꾸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하냐? 나 힘든데. ㅋㅋㅋㅋ"


"수업을 듣자"는 제안과 "아니 나 힘들다는데 무슨 수업이냐"는 의견 사이의 유쾌하고 장난스런 팽팽한 논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결국 한 번 같이 들어보는 걸로 귀결됐죠. 이튿날, 친구는 갑자기 집안 일이 생겨 결국엔 함께 가진 못했습니다. 수업은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스 고전기의 전사(前史)가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한 시간이었죠. 감성적이면서도 이지적인 작가 한수희는 "남자보다 책이 더 나을 때가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뒤집고 확장하면 내 얘기가 된다. 적어도 3월의 나는 이 문장으로 설명되리라. 

사람보다 혼자 하는 공부가 더 나을 때가 있다.

그것이 책 읽기든 청강이든, 정말 그렇다.

어쩌면 공부는 '더 나은' 정도가 아니라 

'공부만이 구원'인 때가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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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숙취 기운을 떨쳐내기 위해 벌꿀 두 스푼을 듬뿍 떠서 입에 넣었다. 500ml 생수도 삼분지 이를 마셨다. 짧은 후회가 스쳐갔다. '어제 많이 마셨어.'


오전 10시 3분 전. <경의선 책거리 북도슨트> 교육장에 앉았다. 독서문화에 대한 '관심'에 얼마간의 '지식'과 '활동'을 부어주고 싶어 신청한 교육이다. '북도슨트 연지원'이라고 쓰인 명패를 보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북도슨트 교육생 연지원이라고 써야 정확한 내 신분(?)인데...' 제작 측 입장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오후 1시 3분 전. 샌드위치를 해치웠다. 정말이지 이건 내 식사 스타일이 아니지만 시간을 벌어야 했다. 가방에 『인간성 수업』이 있었으니까! 책을 꺼내려던 찰나 그녀가 도착했다. 33분이나 일찍 도착한 게다. 혼자만의 시간이 줄어든 아쉬움은 반가운 이를 만난 기쁨으로 상쇄됐다. 지적인 대화 그리고 감동적인 교감!


저녁 7시 정각. 경향신문사에 도착했다. 그리스 문명 수업을 청강했다. (20분의 휴식이 없었더라면 피곤해서 수업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 정도의 여유는 주어졌고 독서는 또 미뤄졌다.) 혹시 늦을까 걸음 총총, 행여 놓칠까 주의 집중! 강연 주제가 나의 제일 관심사인 데다 연사는 초특급이니 만족과 기쁨이 클 수밖에.


‘밤 수업이 끝나야 저녁을 먹겠구나.’ 예상한 대로였다. 수업 후에야 늦은 식사를 했다. 혼자 들어서기에 그나마 덜 머쓱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로 이동했다. 커피 한 잔을 시켰다. 하루를 돌아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가방에서『인간성 수업』을 꺼내 책을 감싸고 있던 비닐을 벗겼다. 서문을 읽었다. 그윽한 기쁨, 감탄 그리고 평온한 성취감.


‘책을 읽으니 이제야 하루가 완성되는 느낌이네.'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