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아늑한 실내. 창문 밖 서쪽 하늘의 석양. 흩날리는 진눈깨비.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재즈. 그리고 한 권의 책! 이 정도면 짜릿한 독서가 이뤄져야 했으리라. 독서의 즐거움에 풍덩 뛰어들어 ‘아, 내 사랑 책이여’ 라고 흥겨워했어야 했다.

 

예상은 종종 빗나가기 마련이고 완벽한 상황에서의 결과도 때론 시원찮은 법! 나는 십오 분 만에 손에서 책을 내려놓았다. 눈동자와 주의력이 동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눈은 문자를 읽는데 머리가 따로 놀았다. 억지 독서는 억지로 먹는 음식만큼이나 맛없다.

 

부실한 독서의 원인은 둘 중 하나일 터! 책이 시시하거나 독자가 산만했거나. 이번엔 완벽하게 독자 탓이다. 지구상에 시시한 책은 무지막지하게 많지만 내 손에 든 책은 독보적인 명저다. (저자가 몽테뉴 급이라고만 밝힌다.) 게다가 이 책의 앞선 내용에서 나는 끊임없이 전율했다.

 

책을 내려놓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의자 등받이에 엉덩이를 바짝 붙였다. 음악도 잠시 껐다. 마음속으로 읊조렸다. ‘나는 이제 책을 읽는다.’ 여러 번 되뇌었다. 기분이 차분해졌고 주의력이 충전됐다. 다시 책을 펼쳤고 한 시간 동안 책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몽테뉴의 『수상록』에는 ‘세 가지 교제에 대하여’ 라는 장이 있다. 그가 말하는 세 종류의 친교는 우선 사랑과 우정이다. 몽테뉴는 “아름답고 정직한 여성”과의 교제 그리고 “드물지만 귀중한 우정”을 언급하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세 번째는 책과의 친교인데 이것이 가장 확실하고 우리와 가깝다. 앞의 두 가지가 가진 장점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책과의 교제는 꾸준히 그리고 손쉽게 누린다는 장점이 있다.”

 

이 말에 동의하는 나로서는 종종 불만을 터트리는 책의 모습을 상상한다. 연인처럼, 지금 내 말에 집중하고 있는 거야? 또는 친구처럼, 너 오늘 너무 대충 입고 나온 거 아냐? 독서는 일종의 친교다. 책읽기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땐 나는 자세와 마음을 가다듬는다. (과장하여 표현하자면) 친구나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그러면 독서력이 회복된다.

때론 형식이 내용을 이끌고

시스템이 마인드를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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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아침에 <See you again>을 여러 번 감상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폴 워커를 추모하는 곡이다. 이미 수없이 들었던 노래다. 친구가 그리울 때면 하염없이 듣곤 했다. 가사가 마음을 어루만지면 나는 시공간을 떠난다. 추억에 잠기고, 때론 상상에 빠진다. ‘한 번만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하는 유의 이뤄질 수 없는 상상. 오늘이 그런 날이다.

 

어떤 날엔 뮤직비디오를 시청한다. 마지막 장면이 감동과 위로 그리고 슬픔과 아픔을 안긴다. (때론 마음도 손에 박힌 가시처럼 아프다.) 자신의 승용차에 앉은 두 친구! 따스한 눈빛을 교환하고 주행을 시작한다. 도로는 갈라지고 두 대의 승용차도 다른 길로 들어선다. 카메라는 이제 하나의 승용차만을 쫓아가면서 서서히 줌 아웃된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창가에 섰다. 창밖을 바라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하늘이 나를 이끈 느낌이랄까. 눈가에 물방울이 맺혔다. 눈물인가 보다. 무심하게 표현한 이유는 내 몸에서 나온 액체라 하기엔 왠지 이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다짐하고 있었다. ‘상욱아, 구정 때 탈고한 원고를 들고 찾아갈게.’ 웬일일까. 신년의 기운 덕분인가.

 

작년 기일에 녀석의 사진을 보면서, 당분간 안 올 거라고 말했었다. 새로 출간한 책을 들고 오겠다는 다짐이었다. 녀석과의 사별로 삼년을 힘들어했다. 그런 모습은 친구도 바라지 않을 터, 나는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잘 살고 싶었다. 친구에게 기쁜 소식도 전하면서 살기를 바랐다. “나, 책 출간했어.” 그나저나, 구정에 간다면 약속을 어기는 걸까?


찾아갈 때가 다가오는가 보다.

구정이든지, 어느 봄날이든지.


덧. 친구야, 너가 떠나고 3년 반이 흘렀다. 잘 지내냐?
(20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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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두 달이 지나면 블로그를 시작한 지 11년이 됩니다(2007년 1월 개설). 십 년 넘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포스팅을 올렸죠. 긴 공백은 없었습니다. 여행을 떠나 몇 주 간 뜸했을 뿐입니다. 올해는 정말 블로그 운영이 부실했습니다. 이 글이 5개월 만에 올리는 포스팅이네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낯선 기분이 듭니다. 오랫동안 집을 떠났다가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집 안이 생경하게 느껴지듯이 블로그 주인장인 제가 지금 조금 얼떨떨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곧 익숙해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약간의 긴장이 느껴집니다.

 

저, 살아 있습니다. 종종 블로그 인연들이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안부를 물어옵니다. 바로 어제도 그랬습니다. 너무 오래 소식이 없어 걱정 된다는 말과 함께 기척이라도 남겨 달라는 애정 어린 문자를 보고서 ‘근황 토크’ 삼아 포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네요. 문자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루뭉술하게 제 근황을 적어 봅니다. (아직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겠네요.) 작년 연말에 상실의 고통을 크게 겪었고 올해 봄이 되면서 점점 회복했었죠. 여름이 오기도 전에 또 한 명의 절친한 친구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 영원한 이별로 힘겨웠습니다. 

 

매일 나누던 프로야구 얘기도, 함께 보냈던 애정의 순간들도 다시 누릴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참 쓸쓸해집니다. 그 쓸쓸함과 허전함을 진하게 느끼며 반년을 살아왔네요. 2014년에도 친구 하나가 떠났으니 가장 소중한 교감의 대상을 둘이나 잃은 셈입니다. 

 

인생 앞에 서면 한없이 겸허해집니다. 떠난 친구들을 가끔 원망하면서도 그들을 향한 고마움도 커졌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친구로 지내어 고맙다’는 마음이 드는 겁니다. 일상에서도 자주 감탄합니다. 작은 것에도 ‘와! 정말 예쁘구나’ 하고 날마다 감동하죠.

 

순간마다의 삶이 귀하고 세상의 많은 것들이 아름답습니다. 제 안에 슬픔과 고통이 빚어낸 시선 하나가 새겨졌기 때문일 겁니다. 종종 친구와 함께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이내 스스로를 달래어 줍니다. ‘이젠 그럴 수 없어. 머잖아 다른 친구를 또 만날 거야.’

 

앞으로의 계획도 적어두고 싶네요. 오랫동안 수업도 열지 않고 지냈습니다. 고백 프로젝트도 한동안 멈췄고 여타의 인문학 수업도 마찬가지였죠. 다시 그 조촐하고 깊었던 수업들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세상 어디에나 수많은 강연이 있지만, 특히 연지원의 수업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내년 봄에는 서울을 장기간 떠나게 됩니다. 그 전까지 다양한 수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강독회 형식의 수업(수잔 손택, 그리스인 조르바)이나 인문학과 리버럴 아츠 수업 뿐만 아니라 글쓰기, 강의력, 시간관리, 리더십 등과 같은 실용적인 주제도 한 번씩 오픈하려고요.

 

12월부터 매주 목요일(예정) 저녁마다 진행할 텐데 오랜만에 블로그 인연 분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블로그 독자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기도 하고요. 고마움의 작은 표시로 수업료를 절반으로 낮춰 진행할 겁니다.

 

너무 오랫동안 쉬었고 긴 공백 후의 포스팅이라 몇 분이나 확인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몇 분과의 즐거운 수업과 따뜻한 뒤풀이를 염두에 두며 포스팅합니다. 조만간 더 나은 글로 찾아뵙겠다는 약속도 전하고요. 그간 다른 건 몰라도 공부는 계속 이어왔거든요.

 

찾아주신 분들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 드립니다.

 

[덧] 11월에도 공개 강연이 있긴 합니다. 11월 15일(수)은 여의도 CGV에서 독서법을, 14일(화) 19시 30분에는 토즈 종로점에서 <그리스인 조르바> 특강을 진행하죠. 조르바 특강은 댓글로 신청하시고 오시면 되고요(강의료 1만원 추후 입금). CGV 특강은 아래에 링크를 전합니다.

http://www.micimpactschool.com/s/item.php?it_id=1508383425&ca_id=20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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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다르게 살아보자!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삶이 힘들다면 살짝 다른 삶을 시도해 보는 거야.' 온 몸으로 샤워 온수를 받아내며 거듭 다짐했다. 조금은 결연했다. 들뜨기도 했다. 세신(洗身)하고 세심(洗心)하는 영혼이 되어, 결심이 단단하게 영글때까지, 나는 샤워를 멈추지 못했다. 몸을 닦고 나오니 40분이 지났다. 이번 다짐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모를 일이다. 관심 갖지 않으련다. 또 하나의 결심으로 새로운 주간을 맞이하는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다. 


얼마간의 들뜸 덕분에 비장하진 않았다. 다행이다. 비장함을 도구로 삼고 싶진 않으니까. 전쟁이 벌어지거나 슬픔에 휩싸이지 않는 이상, 삶을 영위하는 도구는 '무기'가 아닌 '장난감'이리라. 인생살이는 전시가 되기도 하지만 놀이가 되기도 하는 법이니! 주말에 흠뻑 쉬고 나니 에너지가 듬뿍 채워진 느낌이다. 조식도 든든하고 맛나게 먹었다. 노트북이라는 일급의 장난감에서부터 연필이라는 작은 장난감에 이르는 도구들을 챙겨 집을 나섰다. 일상을 빛내고 순간에 몰입하며 자주 웃는 하루를 살아야지!


2.

삶은 거대한 놀이터라고 생각해 본다. 이럴 때마다 오래 전에 접한 시인의 생각이 떠오른다. 인생은 세 가지의 놀이라고, 시인이 노래했다. 의식주 놀이, 만남 놀이, 문제해결 놀이! 나는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자기실현 놀이와 진짜 놀이! 앞선 세 가지가 일상적인 놀이라면 덧붙인 두 가지는 일탈의 놀이다. 범죄는 짓지 말아야 하나, 일탈은 종종 시도되어야 한다. 일탈의 정의 하나는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이나 조직 따위로부터 벗어남"이다.


누구에게나 잠시 벗어남이 필요하다. 본래의 길을 걷는 삶과 잠시 벗어날 줄 아는 삶의 조화를 위해서 말이다. 나는 인생이라는 놀이를 즐기기 위한 두 가지 기본 규칙을 정했다. 느슨하면서도 타이트한 규칙이다. 규칙은 일종의 울타리다. 너무 좁으면 갑갑하여 지키기가 어렵고, 너무 넓으면 느슨하여 의미가 없다. 주중에는 일상의 놀이에, 주말에는 일탈의 놀이에 몰입할 것! 나인 투 식스는 일상의 놀이에, 그 외의 시간은 일탈의 놀이에 빠져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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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필슨(Filson)을 만난 순간이 떠오른다. 젊고 세련된 감각이 느껴지는 도시 포틀랜드(미국 오리건 주)에서였다. 나는 중고 서점 ‘파웰 북스’ 인근에 위치한 에이스 호텔에 묵었다. 호텔 맞은편에는 Union Way라는 작은 쇼핑몰이 있다. 예닐곱 개의 상점이 들어선 30m 즈음 되는 거리로 기억한다. 초입에 <Steven Alan>이라는 편집샵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거기서 한 눈에 반해 들고 나온 품목이 ‘필슨 토트백’이다. 2014년의 일이다. 그 이후로 가장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이 되었다.


 

2.

필슨(Filson)은 꽤나 전통 있는 브랜드다. 19세기 말 미국에는 골드러시 열풍이 불었고, 창업자는 황금을 찾아 모험을 떠난 이들에게 필요한 의류를 제작했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필슨의 탄생이었다(Since 1897). 필슨코리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1914년 자사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특허를 받은 ‘크루저 자켓’이 베스트셀링 품목이다. 골드러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필슨은 품질 좋은 아웃도어 의류를 계속 만들어왔다. 기능성 의류와 튼튼한 가방들을!

  

3.

“제조업으로 생산할 수 있는 아웃도어 제품 가운데 최고의 제품만을 생산하는 것이 필슨의 이상이자 정책입니다.” 창업자인 Clinton C. Filson이 1926년 필슨 카탈로그에 적었다는 문구다. 홈페이지에는 이와 함께 자부심 넘치는 문장도 있다. “필슨은 그 누구도 무거운 울과 튼튼한 면과 천연 가죽을 필슨처럼 공들여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필슨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내 경험을 봐도 200달러가 채 안 되는 천 가방이 가죽처럼 매우 튼튼했다.

  


4.

더욱 마음에 드는 문장은 따로 있다. “고객 한 사람이 요구하는 제품이 없을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그 사람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읽는 순간에 짜릿함을 느꼈다. 고객을 향한 애정과 열의가 느껴져서다. 나 역시 종종 ‘한 사람을 위한 강연’을 연다. 한 사람의 요구에 화답하는 콘텐츠가 가장 보편적인 메시지가 된다는 믿음과 그 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넘친다는 애정이 결합된 행위, 그것이 한 사람을 위한 강연이다.


  


5.

오늘도 검은색 필슨 토트백 가방을 들고 나왔다. 문득 가방에 든 품목을 모두 꺼내보고 싶어졌다. 얼른 테이블 위에 하나 둘 꺼내 놓았다. 한적한 카페여서 누리는 잠깐의 여유로움이요, 즐거운 관찰이다. 노트북, 수업, 일기장, 선글라스, 헤드폰, 필통, 책 한 권! 가방 속 물건의 전부다. 여기에 약간의 돈만 있으면 살아가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을 만큼 내게는 중요한 품목들이다.



‘아! 이것이 나의 본질이구나!’ 나도 모르게 툭 내뱉은 말,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드는 물건들! 담고 싶은 모든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은 없다. 때문에 가방은 본질을 담게 된다. 그 날의 본질, 한 사람의 본질, 어느 인생의 본질을 담는다. 작은 깨달음에 흥분했나 보다. 과장 섞인 언사마저 내뱉고 싶어진다. “당신 가방 안의 물건들을 보여주세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볼게요.”

*

색깔별로 마련한 필슨 토트백 말고도 브리프케이스도 하나 구입했다. 두 번 들고 나갔다가 집에 잠들게 됐다. 위 토트백처럼 통 내부를 사용하던 내게는 내부 포켓이 많은 게 오히려 불편했다. 필요하면 파우치를 활용하는 편이 내 스타일인가 보다. 그래서 필슨 브리브케이스 컴퓨터 백(브라운)을 중고로 팔기로 했다. 홈페이지 판매가로는 402,000원이지만, 국내 공식판매처(삼지통상)가 아닌 다양한 루트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손잡이 부분이 공식판매처 제품과 살짝 다르다. 필슨코리아 홈페이지 제품은 아래 사진 참조. (판매완료)


중고 판매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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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좋다. 대지와 감성이 촉촉해진다. 기분 좋은 차분함이다. 그윽함이기도 하다. 고요한 새벽, 세밀한 빗소리 그리고 해갈의 산뜻함.

 

회색빛 하늘이 아름답다. 햇살을 머금은 푸른 빛깔의 하늘이 때때로 처연하듯이 회색빛 하늘도 황홀할 수 있다. 그것이 자연이고 삶이다.

 

밤이면 좋겠다. 이 순간이 하루 일과가 끝난 밤이라면 하염없이 감상에 젖어들 것이다. 와인과 음악이 나의 벗으로 함께하리라. 그리움마저 행복이 될 시간!

 

지금은 아침이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몇 곡의 노래를 들었다. 이제 9시다. 어젠 푹 쉬었다. 오늘은 일을 즐겨야지. 마음은 이미 도구들을 챙겨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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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햇살을 맞으며 강연장을 빠져나왔다. 진심 어린 박수를 받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강연이 끝나고 진행자가 안내 멘트를 하는 사이 나는 화이트보드 뒤편으로 고양이 걸음으로 이동했다. 나를 발견한 참가자 분들이 따뜻한 박수를 보내주었다.) 스스로의 강연에 자주 불만족스러워하는 편인데, 오늘은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그럭저럭'이라는 말이 붙인 건 내내 '희열'이었다가, 마지막 시간에 '선전'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나는 희열 - 선전 - 선방 - 절망, 으로 강연을 평가한다. 참가자 분들의 반응과는 별도로.)

행복감만이 찾아들면 좋으련만, 피곤함도 나를 껴안았다. 일방적인 접근이다. 나는 거부했지만 녀석이 달려들었다. 힘이 없어서 뿌리칠 수도 없었다. 이럴 때엔 얄밉다. 잘 진행된 강연 직후의 기쁨을 좀 더 음미하고 오후를 생산적인 업무 시간으로 보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광진교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풍광도 신체적 피로를 달래주진 못했다. 다리도 아프고 몸도 나른하다. 10여년 전 강연을 한창 많이 할 때에는 하루 세 번의 특강도 진행했는데(4번까지도 했으려나, 가물가물) 요즘엔 엄두조차 안 난다.

저녁이면 회복되고 이튿날이면 멀쩡해지니 만성피로는 아닌 것 같지만, 분명 20대의 체력과는 다르다. 신체적 에너지를 충전해야 했다. 카페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스타벅스에서 '레드 밸런스'를 샀다. 건강식 과일주스다. 이때를 대비한 비상간식도 있다. 가방에서 닥터유 에너지바를 꺼내서 베어 물었다. 영혼의 생기도 불어넣어야 했다. 무엇을 들을까? 머릿속에 떠오른 음악은 폴 데스먼드의 <Tangerine>이다. '그래, 좋네!' 유투브를 열어 쳇 베이커와 협연한 곡으로 골랐다. 첫 소절에서부터 전율을 느낀다.


아! 좋다. 좋아하는 재즈를 감상하는 일은 건강한 포도당이 하는 역할을 능히 해낸다. 몸의 활력을 끌어올리고 기분을 황홀하게 만든다. 베이커와 데스먼드가 함께 연주한 곡으로는 <Autumn leaves>도 좋다. <Autumn leaves>라고 늘 좋은 것은 아니나 둘의 연주는 감미롭고 달콤하고 우아하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경쾌하기까지 해서 좋다. 수십 번도 더 들은 곡이다. 귀에 익은 <Autumn leaves> 선율이 흘러나오자 다시 한 번 온 몸에 전기가 흐른다. 이럴 때 놀라곤 한다. '내가 재즈를 이렇게 좋아했나' 싶다. 책 읽는 것만큼이나 좋다. 아... 이거 누구나 하는 얘긴데... 쩝. "취미가 뭐예요?" "독서와 음악 감상이요." 정말인데, 내가 들어도 시시하다. 답변은 시시해도 황홀감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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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오후 4시, 강연을 마친 피로감을 자동차 안에서 간식과 낮잠으로 달랬다. 달콤한 반건조고구마와 총각네 두유 그리고 30분 간의 느긋한 오침! 오후에 누리는 효과적인 휴식은 또 하나의 아침을 선사한다. 차에서 내려 미리 검색해 둔 카페로 향했다. 살짝 나른하던 몸이 걸으면서 점점 기운을 더해갔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아침의 활력을 되찾았다. 5시를 향하는 시각, 아직 햇살이 강렬하다. 차창 밖으로 송도가 보인다.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를 읽었다. 오래 전 읽은 책이고 주요 내용을 익히 알지만, 독서는 때때로 앎이 아닌 자극과 실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책으로 내 삶의 경영 수준을 끌어올리고픈 마음이다. 드러커의 지혜로 기본을 다지고 '타이탄의 도구'로 한층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읽던 장(제5장 first things firtst)을 마저 읽었다. 요점은 이렇다.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해결하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수행한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그리고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라! 이 중요한 자기경영의 원칙을 한동안 잊고, 아니 알면서도 소홀히 여기며 살았다. 오늘 당장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달에도 지속적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에게 무엇이 소중하지? 이런 의문이 들지는 않는다.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가 아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삶 전체가 아닌 지금의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충실하면 된다.



기대했던 것보다 커피향이 그윽해서 행복하다. 창밖 풍광을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이 가려버렸지만, 나에게는 즐길 소일거리(글쓰기)와 독서의 즐거움으로 이끌 책이 있다. 멋진 풍광이 잠시 사라진다고 해서 인생의 유희마저 유실되는 것이 아님에 고맙다. 무엇이 고마운 걸까? 함께한 책들에게? 삶을 즐기는 나의 여유에? 아니면 독서 습관의 유용함을 느끼게 해 준 저 사내들에게? 아무렴 어떤가! 내게는 지금 훌륭한 책이 있고, 여유로운 마음과 얼마간의 시간이 있다. 행복하다는 말이다.


한참동안 당분간 실천할 '아주 작은 소원들'의 목록을 작성했다. 요즘 내 삶의 르네상스를 재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지지난해부터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 이번에도 내가 바라던 재건에 이르지 못할지라도 나는 다시 주춧돌 하나를 놓기로 했다. 매일 뛰면 조금씩 멀리 달릴 수 있듯이, 계속 도전하면 조금씩 더 많이 쌓지 않을까 싶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엔 나의 비전에 닿으리라. 그렇지 못하더라도 과정이 즐겁고 의미 있으리라.


어느새 사내들이 사라져 시야가 열렸다. 이어폰에서는 오스카 피터슨의 재즈곡들이 춤을 춘다. 카페에 입성한지 2시간 30분이 지났다. 결정을 해야 했다. 카페에 더 머물까, 식사를 하러 옮길까? 한 번의 주문으로 3시간을 넘기기는 싫은 마음이 결정을 재촉했다. 시간대별로 빛깔을 바꿔가는 오이도 앞바다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결정을 내려 주었다. '여기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이 행복한 시간을 더 즐기자!'



예상보다 근사한 저녁식사를 했다. 감자베이컨피자의 맛과 품질이 카페치고는 훌륭했다. 카페이기도 하고 병맥주를 파는 바이기도 해서(카페에 가깝다) 식사에 가까운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11,800원을 더 지불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창가에 앉아 피자와 따뜻한 커피를 즐겼다. 창밖에는 어두움이 하늘과 바다를 감싸안고 있었다. 쌀쌀해진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피터슨의 연주가 감미롭다. 다시 밀려오는 행복감!



교통체증을 피해 9시 넘어서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다. 이번에는 『마르케스의 서재에서』(탕누어 저, 글항아리)다. 5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매 장마다 저자의 탁월한 독서론에 매료되고 감동한다. 이 책에 비하면 나의 독서론을 담은 책은 얼마나 시시한가! 뜬금없이 왠 자학이냐고 하지 마시라. 세상에는 자기폄하나 자조 없이 비교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사실 나와 내 책은 다르다. 첫 책을 쓴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많이 성장했다.첫 책과 지금의 나 사이에는 10년의 간격이 있는 셈.)


저자가 챕터로 구성한 메인 아이디어도 유용하지만, 간간이 등장하는 통찰도 저자에 대한 신뢰를 더한다. 이를 테면 이런 문장들. "진정으로 사람들 마음의 지혜를 이끌고 구동시켜 용감하게 상상하고 모험에 뛰어들며, 미지의 영역에서 앞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은 인간의 호기심이고 인식에 대한 열정이며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마음이다."(p.247) 순수한 호기심, 인식을 향한 열정, 진실에 진실하고픈 마음! 이것이야말로 독서의 재료요, 독서가로서의 자부심이 아닌가. 나만의 차별점이 아니라 공동의 자산인 셈인데, 그러면 또 어떤까! 행복은 함께 누리면 더욱 좋은 법이다.



한 챕터를 읽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세상의 시간은 밤이 되었다. 독서로 인해 행복감이 더욱 깊어졌다. 나의 생체리듬은 더욱 활발해졌다. 이 글을 쓰고 나니 10시가 지나고 있다. 나는 아직 팔팔하나 도구(책과 노트북)을 챙겨야 하는 시각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행복하고도 아쉽다. 아쉬움을 달랜다. 인식이 달램을 돕는다. 하루를 멋들어지게 사는 일은 쉽다. 기복이 짙은 사람들도 하루 이틀은 성공적으로 보내게 마련이니까. 중요한 것은 지속이다. 밤의 리듬에 맞추어야 매일의 활력을 창조할 수 있다! 도구를 챙기는 마음이 한결 기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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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재식아,

 

안부 연락 고마워. 형은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마음 터놓고 지낸 친구가 세상을 떠나는 일은 슬픔이요 고통임을 또 한 번 경험하면서 인생의 진실, 나의 강인함과 연약함 그리고 삶의 기쁨과 허망을 느끼는 요즘이야.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진실), 이 정도면 꿋꿋하고 의연한 편이 아닐까(강인함), 나는 왜 이리도 슬프고 허망한 걸까(연약함), 당연하게 느껴진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구나(기쁨의 발견), 추구했던 가치들이 무너지고 흩어졌구나(허망의 침입). 이러한 생각과 감정들이 내면을 떠돈다.

 

얼마간의 슬픔과 고통을 각오했지만, 조금 힘들게 보낼 수밖에 없네.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작은 일에도 눈물이 핑 돈다. 5월 23일은 노 대통령님의 영상을 보고, 할 일들은 손에서 놓은 채로 울적하게 보냈네. 오늘은 내 말에 풀이 죽은 척하는 친구의 장난에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했네. 여느 때 같으면 장난으로 맞받아쳤을 텐데….

 

잠시 모든 일을 접고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 ‘통장 잔고에 현금 1천만 원이 있다면 두 달은 그냥 쉬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작은 종잣돈조차 없음은 현재를 즐기며 살겠다는 가치관의 맹점이겠지. 무엇이든 양극적 사유가 중요한데 경제관념은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을, 슬픔의 한가운데에서 하고 있다. 그래도 내 형편은 예전의 엄마보다는 나은데, 엄마에겐 정말 '목구멍이 포도청'이었겠더라.

 

일상을 마냥 회색빛으로 칠하고 싶진 않아서 나름의 노력도 한다. 노력의 이름이랄까 : 스스로의 삶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밝은 기운을 창조하고 싶어서 행복해지는 일들을 수시로 시도하는 거야. 슬픔을 억누르는 건 아니야. 억지는 부작용을 부르잖우.

 

무얼 하냐고? 니체 읽기(요즘 내 삶의 활력소다, 카잔차키스 읽기도 마찬가지고), 재즈 스탠다드 음미하기(재즈 소양을 좀 더 높이고 싶어서), 모차르트 감상하기(내면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아직 떠나보지는 못했지만 여행도 시도할 테고, 곧 글쓰기도 재개하려고. 사실 글쓰기 슬럼프인 셈이고, 그 슬럼프가 자칫 길어질까 저어되네.


이틀 후에는 동영상 강연 촬영이 있어. 중요한 일인데, 준비를 시작조차 못했네. 5월 초의 진척 상황 그대로다. 너에게 소식을 전하고 나면 오늘과 내일을 촬영 준비에 매진해야겠다. 그럴 수 있어야 할 텐데…. 아니지, 단호하게 결심해야지!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여 준비할게! 정말 그러고야 말겠어.

 

다음 주에는 세 개의 강연이 있다. 그 일정들을 모두 거뜬히 소화해내고 싶다. 선전하고 선방해야지! 돌아보니, 너와 함께했던 특강은 나 스스로가 좀 실망스럽더라. 그보다는 많이 잘해야지, 하고 결심한다. 지금 받아든 교육 외에는 당분간 기업교육은 쉴 생각이다. 스터디 모임, 전공 공부(인문주의), 와우 수업에 집중하려고.

 

애도의 기간은 절호의 공부 기회임을 안다. 물론 내가 힘을 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긴 하지만 감수성의 촉이 민감해져 있고, 사유의 날이 첨예해져 있거든. 지금 읽고 있는 책에는 “곤혹이 사유의 왕국을 통치한다(탕누어, 『마르케스의 서재에서』)”는 표현이 있더라. 뒤집어 생각하면, 행복은 무사유를 조장한다 정도가 될 것 같더라. 대체로 그렇잖우.

 

형은 지금 슬프다. 힘들다. 고통스럽기도 하고. 달리 말하면 형은 지금 사유하기에 좋은 기회를 만난 셈이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네. 주제를 정하여 공부에 매진하고, 몇몇 지인들과 배움을 나눔으로 행복을 회복할 생각이다. 다시 바버라 프레드릭슨의 책도 펼쳐볼 테고.

 

‘모든 것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해 보자!’ 그저께 서점에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데(필명이 미스미니멀리스트였던가) 처음 이사할 때의 빈 공간을 상상함으로 정리정돈을 시작하라고 조언하는 책 내용에 나는 내 인생의 리셋과 리마인드를 타진해 본 거야.

 

처음 시작하는 첫날이 노 대통령님의 서거 기념일이었네. 내 생각만큼 멋지게 보내지 못했어. 아니 조금 전에 언급했듯이 무기력하고 울적하게 보냈다. 시작일을 하루 늦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내 완벽주의 성정 알지?), 첫째 날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두었다(진실에 직면하기 역시 나의 또렷한 성정이잖우). “아무 일도 못했다. 말없이 두어 번 울기만 했다. 갓난아기들처럼.”

 

오늘이 둘째 날이다. 어제보다 나은 날을 보내야지, 하고 생각한다. 얼른 최상의 활력을 회복해야지, 하는 조바심이 지금의 내게는 치명적인 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때때로 아니 대부분 적은 자기 내면에 있잖우. 느긋하게 하지만 꾸준하게 내 삶의 희망과 꿈을 향하여 전진할 거야. 꿈이 뭐냐고? 행복한 하루를 쌓는 것! 1년에 250~300개 정도의 행복한 하루를 누리고 싶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싶다. 갓난아기들처럼!

 

네 관심과 애정에 힘을 얻어 쓴 글이다. 고맙다, 동생이자 친구이자 나의 스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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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8년이 지났다. 그가 떠나고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일상을 바꾸어 놓았고, 그토록 비합리적이던 정권이 물러갔다. 노무현 대통령의 여러 영상들을 보면서 회한의 눈물을, 이제는 대통령이 된 그의 친구 영상을 보며 희망의 눈물을 흘린다.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가. 새 대통령이 적폐를 청산하고 새 나라로 바꾸어 주기를. 우리 국민들의 삶이 덜 고단하고 더 행복하기를! 내 삶은 어떠한가. 그 동안 스승이 떠났고, 친구들이 떠났다. 8년 전 장례식 때 상주였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조문하러 왔고 많은 이들이 격앙되었다.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그때 상주가 다가가서 깍듯이 예를 갖춰 맞이했다. 그 절제, 그 의연함, 그 외유내강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의연한 외유내강!


떠나신 분이 그리울 때마다 저 멋진 대통령님을 바라봐야겠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친구를 찾아뵐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부디 계신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노무현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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