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햇살을 맞으며 강연장을 빠져나왔다. 진심 어린 박수를 받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강연이 끝나고 진행자가 안내 멘트를 하는 사이 나는 화이트보드 뒤편으로 고양이 걸음으로 이동했다. 나를 발견한 참가자 분들이 따뜻한 박수를 보내주었다.) 스스로의 강연에 자주 불만족스러워하는 편인데, 오늘은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그럭저럭'이라는 말이 붙인 건 내내 '희열'이었다가, 마지막 시간에 '선전'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나는 희열 - 선전 - 선방 - 절망, 으로 강연을 평가한다. 참가자 분들의 반응과는 별도로.)

행복감만이 찾아들면 좋으련만, 피곤함도 나를 껴안았다. 일방적인 접근이다. 나는 거부했지만 녀석이 달려들었다. 힘이 없어서 뿌리칠 수도 없었다. 이럴 때엔 얄밉다. 잘 진행된 강연 직후의 기쁨을 좀 더 음미하고 오후를 생산적인 업무 시간으로 보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광진교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풍광도 신체적 피로를 달래주진 못했다. 다리도 아프고 몸도 나른하다. 10여년 전 강연을 한창 많이 할 때에는 하루 세 번의 특강도 진행했는데(4번까지도 했으려나, 가물가물) 요즘엔 엄두조차 안 난다.

저녁이면 회복되고 이튿날이면 멀쩡해지니 만성피로는 아닌 것 같지만, 분명 20대의 체력과는 다르다. 신체적 에너지를 충전해야 했다. 카페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스타벅스에서 '레드 밸런스'를 샀다. 건강식 과일주스다. 이때를 대비한 비상간식도 있다. 가방에서 닥터유 에너지바를 꺼내서 베어 물었다. 영혼의 생기도 불어넣어야 했다. 무엇을 들을까? 머릿속에 떠오른 음악은 폴 데스먼드의 <Tangerine>이다. '그래, 좋네!' 유투브를 열어 쳇 베이커와 협연한 곡으로 골랐다. 첫 소절에서부터 전율을 느낀다.


아! 좋다. 좋아하는 재즈를 감상하는 일은 건강한 포도당이 하는 역할을 능히 해낸다. 몸의 활력을 끌어올리고 기분을 황홀하게 만든다. 베이커와 데스먼드가 함께 연주한 곡으로는 <Autumn leaves>도 좋다. <Autumn leaves>라고 늘 좋은 것은 아니나 둘의 연주는 감미롭고 달콤하고 우아하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경쾌하기까지 해서 좋다. 수십 번도 더 들은 곡이다. 귀에 익은 <Autumn leaves> 선율이 흘러나오자 다시 한 번 온 몸에 전기가 흐른다. 이럴 때 놀라곤 한다. '내가 재즈를 이렇게 좋아했나' 싶다. 책 읽는 것만큼이나 좋다. 아... 이거 누구나 하는 얘긴데... 쩝. "취미가 뭐예요?" "독서와 음악 감상이요." 정말인데, 내가 들어도 시시하다. 답변은 시시해도 황홀감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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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오후 4시, 강연을 마친 피로감을 자동차 안에서 간식과 낮잠으로 달랬다. 달콤한 반건조고구마와 총각네 두유 그리고 30분 간의 느긋한 오침! 오후에 누리는 효과적인 휴식은 또 하나의 아침을 선사한다. 차에서 내려 미리 검색해 둔 카페로 향했다. 살짝 나른하던 몸이 걸으면서 점점 기운을 더해갔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아침의 활력을 되찾았다. 5시를 향하는 시각, 아직 햇살이 강렬하다. 차창 밖으로 송도가 보인다.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를 읽었다. 오래 전 읽은 책이고 주요 내용을 익히 알지만, 독서는 때때로 앎이 아닌 자극과 실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책으로 내 삶의 경영 수준을 끌어올리고픈 마음이다. 드러커의 지혜로 기본을 다지고 '타이탄의 도구'로 한층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읽던 장(제5장 first things firtst)을 마저 읽었다. 요점은 이렇다.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해결하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수행한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그리고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라! 이 중요한 자기경영의 원칙을 한동안 잊고, 아니 알면서도 소홀히 여기며 살았다. 오늘 당장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달에도 지속적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에게 무엇이 소중하지? 이런 의문이 들지는 않는다.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가 아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삶 전체가 아닌 지금의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충실하면 된다.



기대했던 것보다 커피향이 그윽해서 행복하다. 창밖 풍광을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이 가려버렸지만, 나에게는 즐길 소일거리(글쓰기)와 독서의 즐거움으로 이끌 책이 있다. 멋진 풍광이 잠시 사라진다고 해서 인생의 유희마저 유실되는 것이 아님에 고맙다. 무엇이 고마운 걸까? 함께한 책들에게? 삶을 즐기는 나의 여유에? 아니면 독서 습관의 유용함을 느끼게 해 준 저 사내들에게? 아무렴 어떤가! 내게는 지금 훌륭한 책이 있고, 여유로운 마음과 얼마간의 시간이 있다. 행복하다는 말이다.


한참동안 당분간 실천할 '아주 작은 소원들'의 목록을 작성했다. 요즘 내 삶의 르네상스를 재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지지난해부터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 이번에도 내가 바라던 재건에 이르지 못할지라도 나는 다시 주춧돌 하나를 놓기로 했다. 매일 뛰면 조금씩 멀리 달릴 수 있듯이, 계속 도전하면 조금씩 더 많이 쌓지 않을까 싶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엔 나의 비전에 닿으리라. 그렇지 못하더라도 과정이 즐겁고 의미 있으리라.


어느새 사내들이 사라져 시야가 열렸다. 이어폰에서는 오스카 피터슨의 재즈곡들이 춤을 춘다. 카페에 입성한지 2시간 30분이 지났다. 결정을 해야 했다. 카페에 더 머물까, 식사를 하러 옮길까? 한 번의 주문으로 3시간을 넘기기는 싫은 마음이 결정을 재촉했다. 시간대별로 빛깔을 바꿔가는 오이도 앞바다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결정을 내려 주었다. '여기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이 행복한 시간을 더 즐기자!'



예상보다 근사한 저녁식사를 했다. 감자베이컨피자의 맛과 품질이 카페치고는 훌륭했다. 카페이기도 하고 병맥주를 파는 바이기도 해서(카페에 가깝다) 식사에 가까운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11,800원을 더 지불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창가에 앉아 피자와 따뜻한 커피를 즐겼다. 창밖에는 어두움이 하늘과 바다를 감싸안고 있었다. 쌀쌀해진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피터슨의 연주가 감미롭다. 다시 밀려오는 행복감!



교통체증을 피해 9시 넘어서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다. 이번에는 『마르케스의 서재에서』(탕누어 저, 글항아리)다. 5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매 장마다 저자의 탁월한 독서론에 매료되고 감동한다. 이 책에 비하면 나의 독서론을 담은 책은 얼마나 시시한가! 뜬금없이 왠 자학이냐고 하지 마시라. 세상에는 자기폄하나 자조 없이 비교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사실 나와 내 책은 다르다. 첫 책을 쓴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많이 성장했다.첫 책과 지금의 나 사이에는 10년의 간격이 있는 셈.)


저자가 챕터로 구성한 메인 아이디어도 유용하지만, 간간이 등장하는 통찰도 저자에 대한 신뢰를 더한다. 이를 테면 이런 문장들. "진정으로 사람들 마음의 지혜를 이끌고 구동시켜 용감하게 상상하고 모험에 뛰어들며, 미지의 영역에서 앞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은 인간의 호기심이고 인식에 대한 열정이며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마음이다."(p.247) 순수한 호기심, 인식을 향한 열정, 진실에 진실하고픈 마음! 이것이야말로 독서의 재료요, 독서가로서의 자부심이 아닌가. 나만의 차별점이 아니라 공동의 자산인 셈인데, 그러면 또 어떤까! 행복은 함께 누리면 더욱 좋은 법이다.



한 챕터를 읽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세상의 시간은 밤이 되었다. 독서로 인해 행복감이 더욱 깊어졌다. 나의 생체리듬은 더욱 활발해졌다. 이 글을 쓰고 나니 10시가 지나고 있다. 나는 아직 팔팔하나 도구(책과 노트북)을 챙겨야 하는 시각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행복하고도 아쉽다. 아쉬움을 달랜다. 인식이 달램을 돕는다. 하루를 멋들어지게 사는 일은 쉽다. 기복이 짙은 사람들도 하루 이틀은 성공적으로 보내게 마련이니까. 중요한 것은 지속이다. 밤의 리듬에 맞추어야 매일의 활력을 창조할 수 있다! 도구를 챙기는 마음이 한결 기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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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식아,

 

안부 연락 고마워. 형은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마음 터놓고 지낸 친구가 세상을 떠나는 일은 슬픔이요 고통임을 또 한 번 경험하면서 인생의 진실, 나의 강인함과 연약함 그리고 삶의 기쁨과 허망을 느끼는 요즘이야.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진실), 이 정도면 꿋꿋하고 의연한 편이 아닐까(강인함), 나는 왜 이리도 슬프고 허망한 걸까(연약함), 당연하게 느껴진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구나(기쁨의 발견), 추구했던 가치들이 무너지고 흩어졌구나(허망의 침입). 이러한 생각과 감정들이 내면을 떠돈다.

 

얼마간의 슬픔과 고통을 각오했지만, 조금 힘들게 보낼 수밖에 없네.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작은 일에도 눈물이 핑 돈다. 5월 23일은 노 대통령님의 영상을 보고, 할 일들은 손에서 놓은 채로 울적하게 보냈네. 오늘은 내 말에 풀이 죽은 척하는 친구의 장난에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했네. 여느 때 같으면 장난으로 맞받아쳤을 텐데….

 

잠시 모든 일을 접고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 ‘통장 잔고에 현금 1천만 원이 있다면 두 달은 그냥 쉬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작은 종잣돈조차 없음은 현재를 즐기며 살겠다는 가치관의 맹점이겠지. 무엇이든 양극적 사유가 중요한데 경제관념은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을, 슬픔의 한가운데에서 하고 있다. 그래도 내 형편은 예전의 엄마보다는 나은데, 엄마에겐 정말 '목구멍이 포도청'이었겠더라.

 

일상을 마냥 회색빛으로 칠하고 싶진 않아서 나름의 노력도 한다. 노력의 이름이랄까 : 스스로의 삶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밝은 기운을 창조하고 싶어서 행복해지는 일들을 수시로 시도하는 거야. 슬픔을 억누르는 건 아니야. 억지는 부작용을 부르잖우.

 

무얼 하냐고? 니체 읽기(요즘 내 삶의 활력소다, 카잔차키스 읽기도 마찬가지고), 재즈 스탠다드 음미하기(재즈 소양을 좀 더 높이고 싶어서), 모차르트 감상하기(내면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아직 떠나보지는 못했지만 여행도 시도할 테고, 곧 글쓰기도 재개하려고. 사실 글쓰기 슬럼프인 셈이고, 그 슬럼프가 자칫 길어질까 저어되네.


이틀 후에는 동영상 강연 촬영이 있어. 중요한 일인데, 준비를 시작조차 못했네. 5월 초의 진척 상황 그대로다. 너에게 소식을 전하고 나면 오늘과 내일을 촬영 준비에 매진해야겠다. 그럴 수 있어야 할 텐데…. 아니지, 단호하게 결심해야지!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여 준비할게! 정말 그러고야 말겠어.

 

다음 주에는 세 개의 강연이 있다. 그 일정들을 모두 거뜬히 소화해내고 싶다. 선전하고 선방해야지! 돌아보니, 너와 함께했던 특강은 나 스스로가 좀 실망스럽더라. 그보다는 많이 잘해야지, 하고 결심한다. 지금 받아든 교육 외에는 당분간 기업교육은 쉴 생각이다. 스터디 모임, 전공 공부(인문주의), 와우 수업에 집중하려고.

 

애도의 기간은 절호의 공부 기회임을 안다. 물론 내가 힘을 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긴 하지만 감수성의 촉이 민감해져 있고, 사유의 날이 첨예해져 있거든. 지금 읽고 있는 책에는 “곤혹이 사유의 왕국을 통치한다(탕누어, 『마르케스의 서재에서』)”는 표현이 있더라. 뒤집어 생각하면, 행복은 무사유를 조장한다 정도가 될 것 같더라. 대체로 그렇잖우.

 

형은 지금 슬프다. 힘들다. 고통스럽기도 하고. 달리 말하면 형은 지금 사유하기에 좋은 기회를 만난 셈이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네. 주제를 정하여 공부에 매진하고, 몇몇 지인들과 배움을 나눔으로 행복을 회복할 생각이다. 다시 바버라 프레드릭슨의 책도 펼쳐볼 테고.

 

‘모든 것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해 보자!’ 그저께 서점에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데(필명이 미스미니멀리스트였던가) 처음 이사할 때의 빈 공간을 상상함으로 정리정돈을 시작하라고 조언하는 책 내용에 나는 내 인생의 리셋과 리마인드를 타진해 본 거야.

 

처음 시작하는 첫날이 노 대통령님의 서거 기념일이었네. 내 생각만큼 멋지게 보내지 못했어. 아니 조금 전에 언급했듯이 무기력하고 울적하게 보냈다. 시작일을 하루 늦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내 완벽주의 성정 알지?), 첫째 날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두었다(진실에 직면하기 역시 나의 또렷한 성정이잖우). “아무 일도 못했다. 말없이 두어 번 울기만 했다. 갓난아기들처럼.”

 

오늘이 둘째 날이다. 어제보다 나은 날을 보내야지, 하고 생각한다. 얼른 최상의 활력을 회복해야지, 하는 조바심이 지금의 내게는 치명적인 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때때로 아니 대부분 적은 자기 내면에 있잖우. 느긋하게 하지만 꾸준하게 내 삶의 희망과 꿈을 향하여 전진할 거야. 꿈이 뭐냐고? 행복한 하루를 쌓는 것! 1년에 250~300개 정도의 행복한 하루를 누리고 싶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싶다. 갓난아기들처럼!

 

네 관심과 애정에 힘을 얻어 쓴 글이다. 고맙다, 동생이자 친구이자 나의 스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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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8년이 지났다. 그가 떠나고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일상을 바꾸어 놓았고, 그토록 비합리적이던 정권이 물러갔다. 노무현 대통령의 여러 영상들을 보면서 회한의 눈물을, 이제는 대통령이 된 그의 친구 영상을 보며 희망의 눈물을 흘린다.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가. 새 대통령이 적폐를 청산하고 새 나라로 바꾸어 주기를. 우리 국민들의 삶이 덜 고단하고 더 행복하기를! 내 삶은 어떠한가. 그 동안 스승이 떠났고, 친구들이 떠났다. 8년 전 장례식 때 상주였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조문하러 왔고 많은 이들이 격앙되었다.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그때 상주가 다가가서 깍듯이 예를 갖춰 맞이했다. 그 절제, 그 의연함, 그 외유내강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의연한 외유내강!


떠나신 분이 그리울 때마다 저 멋진 대통령님을 바라봐야겠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친구를 찾아뵐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부디 계신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노무현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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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의 일일성찰.


1.
일어나자마자 실행하는 이부자리 정돈, 물 마시기, 스트레칭, 5분독서, 일일계획 수립으로 이어지는 아침의식을 빠뜨렸다. 모처럼만에 놓친 느낌인데 착각이었다. 확인해 보니 4월에만 세 번째 게으름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눈을 뜨자마자 의식부터 수행해야 하는데, 휴대폰으로 놀기 시작했던 게다. 당분간 주의해야지. 의식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될 때까지!


2.
어젯밤 시청했던 대선 토론에 대해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글을 한 편 쓰고 싶었지만 마음의 여유도, 그럴 만한 시간도 없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안철수의 공과(功過) 논쟁과 문재인의 주적 답변이 나는 꽤 답답했다. 왜 답답했는지에 관해 글 하나를 써야겠다. 일요일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아래는 투표권 행사를 위한 개인적인 메모.


<유승민은 당 정치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실체적 사건 중심의 토론을 진행함으로 보수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안철수는 지난 토론보다 자주 웃으며 여유를 보였지만(조금 어색했다), 관념론에 매몰되어 답답했다. 원론적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 구체적 논의는 전혀 꺼내지도 못했다. 심상정은 사리분별이 뛰어난 느낌! 다만 문재인과 함께 진보의 힘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문재인과의 연대가 약했다는 생각.


홍준표는 뭐랄까. 이 분이 대통령이 되면 아쉬울 것 같다. 이를테면 내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이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면 좋잖아. 그래도 어젠 서글서글 또는 능글능글하게 참여하는 게 재밌기는 하더라. 문재인은 사실적 정보(근거)로 묻는데, 명료하게 답하기보다는 두루뭉슬한 입장만 밝히거나 근거 없이 주장만 난무했다. "(아무튼) 제 입장은 그렇습니다." 이 말을 여러 번 했다.>


3.
2박 3일짜리 학습조직 워크숍 교안을 만드는 중이다. Start-up 과정과 Build-up 과정으로 두 개를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다. 작년에도 진행했던 교육이라 제로베이스의 작업은 아니다. 그래도 전체 구성을 검토하면서 작업하느라 적잖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업데이트보다는 벅차고 새로운 과정 개발보다는 쉽달까.


작년에는 다섯 개의 과정을 진행했었다. 열심히 진행했고 만족도도 높았는데, 이제 와 교안을 보니 ‘내가 잘 알지도 못한 채로 진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우면서도 그동안의 성장도 느껴진다. 요구 분석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은 즐겁지만, 교안 작업은 재미없다. 얼른 벗어나고 싶다. 내일 오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으려나?


덧!
얼른 잠들자. 하루경영은 질 좋은 숙면으로부터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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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주말을 의미 있게 보내는 법! 어느 워크숍에서 참가자 분들과 의견을 나눴던 주제다. 모든 참가자들이 5~7개의 의견을 내어 비교했었다. 나는 집안 정리정돈, 테마별 릴레이 영화 감상, 혼자 떠나는 당일 여행, 읽고 싶었던 소설 완독 등을 꼽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특히 소설에 빠져들어 마지막 장을 덮었던 일이 내게는 커다란 기쁨과 의미였음을 느낀다. 주말 이틀을 몽땅 소설에 내어준다면, 읽는 속도가 느린 나도 꽤 두툼한 책을 완독하지 않을까.


봄날의 어느 주말에 그 행복을 만끽해야지!



책장의 소설들이 나를 유혹한다. 결국 몇 권의 책을 꺼냈다.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계획이 되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를 집어들어 아무데나 펼쳤더니, 두목에게 건네는 조르바의 권고가 눈에 들어왔다. "이것 봐요, 두목! 오, 내가 당신만큼 젊었더라면! 어디든 한 번 이 대가리를 처넣어 볼 겁니다. 일, 포도주, 사랑, 뭐든 말이오. 나 같으면 하느님도 두렵지 않을 겁니다. 젊음이란 건 그런 겁니다."(p.338) 한 달에 하루 이틀 정도는 책에 머리를 밀어넣은 채로 보내도 좋으리라. 의미와 기쁨의 향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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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쁜 한주를 보냈다. 주말에는 일정상의 여유가 생겼지만 오롯이 업무에 매진하지는 못했다. 한 주간의 피로가 몰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하루는 낮잠으로 체력을 보충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요즘 내 삶의 활력을 감안하면 조금은 아쉬운 주말이었다. 시간 관리는 결국 자기관리이고 에너지 관리임을 절감한다. 시간이 주어져도 신체 에너지가 떨어져 있다면 시간 관리를 할 수가 없으니!

 

삶의 경영에서 건강과 체력의 중요성은 실로 크다.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우선순위가 높은 요소다. 짐 로허는 신체적 에너지의 우선적 중요성을 이리 표현했다. “완전한 몰입을 위해서는 ‘먼저’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넘치고, 감정적으로 유대감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집중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영적으로는 눈앞에 있는 이익을 넘어 더 높은 목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작은따옴표는 필자,『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 p.21)

 

짐이 완전한 몰입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네 가지가 가슴을 친다. 신체적 에너지, 감정적 유대감, 정신적인 집중, 영적인 목적의식! 신체적 에너지를 더욱 끌어올리고 싶어졌다. 이번 주에도 1일 3과일, 3식을 거른 적은 없다. 목금토 3일 동안 운동을 거르긴 했지만 3주째 꾸준히 운동도 이어가고 있다. 집중력은 좋은 편이고 내 삶의 목적의식도 양호하다. 감정적인 유대감이 관건이겠다. 할머니, 향상심을 지닌 친구들, 와우들과 더욱 마음을 나눠야지!

 

2.

주말에도 내내 일을 하는 요즘이지만, 주중보다는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다가올 한 주의 수업을 준비하고, 책을 읽으면서 휴일을 보냈다. 점심식사를 하며 시청한 프로야구 관람을 제외하면(0:2로 졌다) 만족스러운 하루다. 카페에서 읽은 『일리아스』 24권이 안긴 감동이 컸다.

 

호메로스의 세계를 거닐고 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호메로스는 삶을 이해하게 하고 내 삶과 화해하게 만든다. 결국 생을 찬미하고 의욕을 다지게 된다. 24권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 덕분이다.

 

“제우스의 궁전 마룻바닥에는 두 개의 항아리가 놓여 있는데 하나는 나쁜 선물이, 다른 하나는 좋은 선물이 가득 들었지요. 제우스께서는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사람들에게 주시니 우리는 때로는 궂은일을, 때로는 좋은 일을 만나지요.”(24권 527~530행)

 

3.

다가오는 한 주도 일정이 많다. 네 번의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이틀은 14시간짜리 퍼실리테이션 교육에 참석한다. 이틀 과정의 수업을 청강하는 건 오랜만의 일이다. 잘 배우고 익혀서 강사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싶다. 주말에는 중요한 결혼식이 있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참석할 생각이다.

 

6개월 동안 이어진 ‘그리스 고전 읽기’ 수업과 6주 동안 진행한 ‘학습조직 스터디’가 모두 이번 주에 끝나게 된다. 유종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함께한 분들에게 고마움의 메시지라도 보내고 싶다는 마음도 드는데, 시간이 허락할지 모르겠다. 고전 읽기와 학습조직 스터디는 하반기에 또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주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중소기업 학습조직화 워크숍 교안을 완성하는 일이다. 2박 3일 워크숍 프로그램 개발의 책임자로서 부담감이 적지 않다. 월요일날 하루 종일 매진해야 할 과업이다. 이번 주 토요일이 되면 한숨 돌리게 되고, 일요일 오후에는 여유가 좀 생길 것이다. 지금부터 7일 동안 열정과 몰입의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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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883년 오늘(2월 18일),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태어났다(1883년은 마르크스가 퇴장하고 케인즈가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여행과 글쓰기를 좋아했던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 『붓다』, 『오딧세이아』 등의 걸작을 남긴 소설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정치 이력도 눈에 띈다. 베니젤로스 총리 시절 공공복지부 장관에 임명(1919년)되었고, 만년에는 사회당의 지도자가 되기도 했다(1945년). 그의 묘비명은 영감을 잔뜩 품고 있기에, 감동적이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는 100회 특집으로 그 동안 가장 많이 추천된 도서 Best 30을 선정했는데, 2위가 『그리스인 조르바』였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이 책은 내게도 특별하다.  내 인생 최고의 소설이 『그리스인 조르바』니까. 버금가는 책으로는 (장르가 다르긴 하나)『오딧세이아』 정도 뿐이다. 문학사에 미친 영향으로는 호메로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개인적 의미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는 내게 독서의 결실이 모두 담긴 종합선물세트나 매한가지다. 조르바를 읽으면 인식, 영감, 감동, 지혜, 사랑, 용기 이 모든 걸 얻는다.  


올해의 첫 독서를 『그리스인 조르바』로 시작했다. 책장에서 책을 빼어 들어, 한 해의 점이라도 치는 마음으로 아무 곳이나 펼쳤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었다. 어떤 장을 펼쳐도 내게 영감과 지혜를 안기는 책이니까. 1월 1일에 펼쳤던 페이지에는 다음의 문장에 밑줄이 그어 있었다. “친구여, 행동하기 싫어하는 내 스승이여. 행동, 행동... 구제의 길은 그것뿐이네.” 지난해 연말부터 줄곧 ‘행동하는 인생’을 외쳤던 내게 맞춤한 구절이었다.


나는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묘에 두 번 다녀왔다. 첫 번째 크레타 여행은 크노소스 궁을 방문하기 위함이었지만, 두 번째 여행은 오롯이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를 만나고 싶어서였다. 일주일 동안 크레타에 머물며 내가 한 일이라곤 ‘조르바’를 읽고 쓰는 일과 먹는 일 그리고 오후엔 카잔차키스 묘에 들러 다시 ‘조르바’를 읽고 생각하는 일 뿐이었다. 나는 고독했고 행복했다. 자유로웠고 영혼이 춤을 추었다. 또 가고 싶다, 크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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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세 명의 남자가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반겨 주었다. 올해의 연구원 대표와 운영진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이구동성으로 묻는다. “너,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냐?” 이 말이 식상하게 들리지 않는 사이가 좋은 관계, 아름다운 모임이 아닌가 싶다. 모처럼만에 열린 출간기념회여서일까? 평범한 안부 인사마저 정겨웠다. 선생님이 계실 때에는 잦았던 행사였는데, 언젠가부터 뜸해졌다. 새로운 운영진이 준비한 ‘2017년 변경연 출간기념회(1차)’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나저나 저 ‘1차’를 괄호 밖으로 해방시켜야 하는데….)


강연장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도착한 선후배 연구원들이 반긴다.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자리에 앉았고 순서가 진행되기 전까지 옆 자리에 앉은 연구원과 잠시 얘길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만나도 반가운 그들이었다. 근황을 모르는 연구원과도 어색함이 없었다. 함께 여행을 했거나, 술자리를 가졌거나, 수업에도 동참하지 않았던 연구원들이 소수 있는데, 그들과만 다소 서먹했다. 이것 역시 뒤풀이 모임 한두 번으로 해소될 것이다. 우리는 같은 선생님을 사랑하고 기꺼이 우정을 나눌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이다.


photo by 김대수 연구원


출간기념회의 주인공은 네 사람이었다. 오미경 연구원의 『몸여인』, 정재엽 연구원의 『파산수업』, 홍승완 · 박승오 연구원의 공저 『위대한 멈춤』! 네 명의 저자들이 20여분씩 책 소개 형식의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는 노련하거나 진솔했다. 발표를 듣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 권의 책이 각기 다른 유형의 독자들을 만나겠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하는구나.’ 모두 자신의 삶으로 우려낸 책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집필의 수고, 출간의 기쁨이 전해졌고, 그 수고와 기쁨을 나누는 동안 행복감이 샘솟는 것도 같았다.


나는 저들이 부러웠다. 당장 출판사 문을 두드리도록, 이왕이면 뜨거운 질투심으로 이어지면 좋으련만, 그러지는 않았다. 부러움과 질투심은 삶의 창조적인 에너지이기도 한데 말이다. ‘누구나 제 길을 가는 거야’ 라는 생각이 강한 탓이다. 나의 자기다움을 도와준 생각이지만, 질투심으로라도 뭔가에 도전하고 싶을 때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은 생각이기도 하다. 달리 접근하기로 했다. ‘내가 출간한다면 어떨까?’ 기쁠 것 같다. 강연 기회가 좀 더 생길 것도 같고. 좀 밋밋한 답변이지만, 진심이다. 


photo by 김대수 연구원


2016년 한해, 꿈벗과 연구원들이 출간한 책이 무려 17권이다. 올해도 신바람 나는 출간 행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 글 아래에 축하하고 본받을(?) 만한 17권의 저자들과 제목을 적어 보련다. 이름을 올리지 못한 연구원들의 분발을 기원하는 마음이다. 저 ‘17’이라는 숫자를 돌파해 보자는 염원이다. 마침 2017년이기도 하니 목표를 기억하기도 쉽다. 나부터 노력해야지. 일찌감치 첫 책을 낸 후에 무려 9년째 감감무소식이니, 부끄럽기도 하다. 바람 하나를 더한다. 행사가 끝날 때의 인원이 23명(어른 기준)이었다. 2차 출간기념회 때에는 이 숫자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2016년 변경연 가족 출간 도서(신간순)>
치유의 인문학(위즈덤하우스) - 문요한(공저)
위대한 멈춤(열린책들) - 박승오, 홍승완
파산수업(비아북) - 정재엽
굿잡(사이다) - 이관노
인생은 소풍처럼(더블:앤) - 김달국
여행하는 인간(해냄) - 문요한
나에게서 구하라(김영사) - 구본형 유고집
완벽이란 놈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때(메디치미디어) - 김글리
강의 이야기를 듣다(글항아리) - 신진철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사우) - 한명석 김종호 (공저)
1인회사 : 청년편(북포스) - 수희향
당신의 숲으로 와준다면(그책) - 김용규
땡큐파워(라온북) - 민진홍
문제는 저항력이다(와이즈베리) - 박경숙
성공하는 식당에는 이유가 있다(교문사) - 박노진(공저)
명상록 읽는 시간(바다출판사) - 유인창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휴머니스트) - 김정은,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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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친구는 두 달 동안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로 요양을 해야 했다.
세월의 자비와 인간의 위대한 치유력에 힘입어
꼭 두 달째 되는 날에 녀석은 나와 함께 외출했다.


수술 후 첫 외출이었다. 친구는 감격스러워했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친구는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선물을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그 일을 오늘 하잔다.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들어섰다. 볼펜과 만년필을 파는
몽블랑, 파버카스텔, 파카 매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몽블랑까지는 못 사주지만, 괜찮은 거 골라보자.”
녀석은 나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 펜들을 살폈다.


오늘 꼭 사야 한다며 곧 죽을 사람처럼 구는
녀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친구는 단호했다.
“니가 오랫동안 써야 하니깐 마음에 드는 걸로 잘 골라줘.”
녀석의 진지함에 마음을 바꿔 먹고 찬찬히 살폈다.


친구가 더 적극적이었다. 내게 몇 개의 후보군을 제시했다.
하나의 펜으로 합의했다. 내겐 몽블랑보다 어울렸다.
“마음에 들어?” 친구의 물음에 쑥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애 최고의 펜을 소유하게 된 날이었다.


이것이 친구의 마지막 선물이다. ‘이런 건 필요 없는데….’
녀석은 그로부터 6개월하고도 보름 후에 세상을 떠났다.
펜은 헝겊에 덮여 늘 책상 모니터 옆 펜 꽂이에서 쉬고 있다.
사용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로 2년 반을 그렇게 지냈다.


오늘처럼 녀석과의 추억이 그리울 때면 펜을 꺼내든다.
친구는 말했다. “새 책을 출간하면 이걸로 사인하면 되겠다.”
모를 일이지만 내겐 “사인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로 들렸다.
눈물이 흐른다. 이런 날은 속수무책이다. 하염없다.


친구야, 올해는 꼭 출간해서 네가 준 선물로 사인하마!




Posted by 보보